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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사주한 배후세력 밝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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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주지사 후보 측·나이트클럽 운영자 등 소문 무성

제주지검 "배후자 밝혀내기 위해 추가 수사할 예정"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지역 최장기 미제 사건인 '변호사 피살 사건'의 피의자가 23년 만에 유죄를 선고받으며 범행을 교사한 배후세력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법원으로 이송되는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 사건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지난해 8월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는 이모(당시 45세) 변호사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 김모(56)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했지만, 김씨가 이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한 방송 인터뷰 내용과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경찰 수사 결과가 대체로 부합한 점 등에 비춰 피고인 진술 중 일부는 사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3천만원을 받고 피해자 가해를 사주받아 공범인 손모 씨에게 이를 지시·의뢰했고, 손씨는 피해자 정보를 수집하고 범행을 실행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당시 피고인에게 3천만원이란 거액을 건네며 범행을 사주한 배후는 누구일까.

1999년 당시 최저시급은 1천525원으로, 3천만원은 1만9천672시간을 넘게 일해야 벌 수 있었던 돈이었다. 게다가 그때만 하더라도 조직폭력배 사이에서는 '누군가를 손 좀 봐줘라'는 지시에 따른 금전적 대가가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가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3천만원은 상당한 액수"라고 판시했다.

사실 그동안 배후자에 대해서는 여러 소문이 무성했다.

우선 전 제주도지사 후보 측이 있다.

이 변호사는 199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모 제주도지사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청년회장의 양심선언을 도왔다.

당시 이 변호사는 양심선언과 관련한 모든 증거 자료 원본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당 제주도지사 후보 측에서 김씨가 속해있던 지역 폭력조직인 유탁파에 사주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실제 당시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유탁파 조직원 일부가 활발히 활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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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으로 이송되는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 사건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지난해 8월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내 대형 나이트클럽 운영자가 개입했다는 설도 있다.

김씨는 범행 발생 5개월 전 도내 A 나이트클럽을 운영했다.

당시 김씨에게 운영권을 준 B 대표이사는 호텔 소유권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서 밀려났고, 그때 직무대행으로 이 변호사가 선임됐다.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후 경영권을 빼앗긴 B 대표이사와 갈등을 빚었다. B 대표이사는 이 변호사 죽음 직후 갑자기 해외로 잠적했다.

하지만 아직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김씨는 당시 조직폭력 두목인 백모 씨로부터 '피해자를 은밀히 손 좀 봐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처음에 진술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 초기 단계에서 해당 진술을 유지하다 검찰에 송치되기 전 진술을 번복하더니 윗선은 검찰에서 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도 윗선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회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피고인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배후로 같은 폭력조직에서 활동했던 고모 씨를 지목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고씨가 당시 조직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고, 조직 내 권력 서열상 고씨가 김씨에게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았던 점을 들어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했다.

정황상 조직 내에서 서열이 낮은 고씨가 배후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두목인 백씨를 배후로 내세운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지검은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을 지시한 배후세력을 밝히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주지검은 보도자료를 통해 "피고인에게 살인 범행을 지시한 배후자를 밝혀내기 위해 추가로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또 피고인이 상고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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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변호사 피살 현장 감식 나선 경찰
(제주=연합뉴스) 1999년 11월 5일 제주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들이 이모 변호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 대해 감식하고 있다. [한라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ihopark@yna.co.kr


제주지역 조직폭력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이 변호사 피살 사건 범행을 공모한 혐의(살인)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동갑내기 손모 씨와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동선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손씨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3시 15분에서 6시 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서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손씨는 그러나 2014년 8월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검찰 측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간접 증거를 충분히 제시했다고 봤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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