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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빅맥마저···'1년에 한 번만 인상' 불문율 결국 다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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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맘스터치·버거킹 이어

맥도날드도 25일부터 '2차 인상'

빅맥 4500→4600→4900원

밀가루 이어 양상추 등도 오른 탓

또 다른 서민 음식 라면도 오를 듯

우유, 커피도 연쇄 인상 가능성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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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 중인 김 모(28) 씨는 요즘 점심시간마다 마음이 무겁다. 아직 제대로 된 수입이 없는 탓에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도서관 근처 단골 식당의 주요 메뉴 가격이 전부 올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칼국수나 국밥 한 그릇을 먹으려고 해도 만 원은 기본”이라며 “중고등학교 시절 흔히 먹던 햄버거마저도 점점 사 먹기 부담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외식 물가가 줄줄이 뛰면서 서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물가 인상 고통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식품 업계가 ‘2차 가격 인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햄버거 업체들이 먼저 ‘1년에 한 번 이상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업계 불문율을 깼다. 채소와 밀가루·고기 등 각종 재료값이 오른 데다 인건비와 물류비마저 뛰면서 하반기 들어 마진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햄버거 다음으로는 또 다른 서민 음식인 라면과 우유가 대기표를 들고 인상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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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추·토마토값 비상에 "2차 인상"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25일부터 68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4.8% 인상한다. ‘더블 불고기 버거’ 단품은 4400원에서 4500원으로, ‘빅맥’ 단품은 4600원에서 4900원으로 각각 오른다. 맥도날드가 올해 들어 가격을 인상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올 2월에는 3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씩 인상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등 국내외 제반 비용이 급등해 이번에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 앞서 버거킹·KFC·맘스터치도 올해 들어 가격 인상을 두 번 단행했다. 버거킹은 1월 33개 제품 가격을 평균 2.9% 올렸는데 지난달에 46개 제품 가격을 평균 4.5% 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6100원이었던 ‘와퍼’ 단품 가격은 지난달 6900원으로 6개월 만에 13%나 올랐다.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는 지난해 12월 가격을 2~4% 올린 데 이어 이달 5%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1년에 한 번 가격을 인상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다”며 “올해는 모든 경영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쓰는 채소 가격은 실제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전날 양상추(상) 8㎏ 도매가는 평균 2만 4923원으로 1년 전보다 10%가량 올랐다. 토마토 1㎏ 도매가도 6068원으로 평년보다 47% 이상 뛰었다. 토마토는 지난달부터 일조량 부족과 고온 다습한 날씨로 인해 착과량이 감소한 여파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올 초부터 대량으로 수입해오는 튀김용 감자의 수급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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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예고" 라면값도 들썩

외식 업계는 올해 들어 잦은 가격 인상에 대해 “지금까지는 예고편”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곡물값 인상으로 올 상반기 실적이 나빠진 식품 기업들이 하반기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우유값 인상도 예고됐다.

대표적인 식품은 라면이다. 치솟은 밀가루와 기름값에 발목을 잡힌 국내 라면 1위 농심은 올 2분기 국내에서 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농심이 적자를 낸 건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경쟁사인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그나마 간편식과 수출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국내에서 라면 사업으로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앞서 농심과 오뚜기는 지난해 8월 ‘신라면’과 ‘진라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7~12%가량 인상했다. 농심은 약 5년 만에, 오뚜기는 13년 만에 가격을 올린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 3분기 곡물 수입 가격이 2분기보다 16%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라면값을 올린 지 1년이 지난 만큼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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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값 오르면 커피도 줄줄이 오를 듯

우유값도 비상이다.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이달부터 목장으로부터 사오는 원유 가격을 기존 ℓ당 1100원에서 1158원으로 올려주면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커진 서울우유가 우유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다.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들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빈의 경우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우유 가격이 오르면 올해 한 차례 가격을 올린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할리스도 ‘2차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영세한 개인 카페부터 동시다발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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