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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젤렌스키 “러, 우크라 침공 반년…추악한 짓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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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우크라 독립 31주년 기념일·전쟁 6개월 맞아 긴장 고조

양국, 크름반도 놓고 격돌 가능성…하르키우선 “통행금지”

푸틴의 정신적 스승 두긴의 딸, 의문의 차량 폭발사고 사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는 24일로 6개월을 맞는 가운데 양국 간의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대대적인 반격으로 국면 전환을 노리는 우크라이나와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 당한 피해를 갚아주려는 러시아 사이에 큰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추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4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자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31주년이 되는 독립기념일이다.

우크라이나에선 현재 수도 키이우 도심에 포획한 러시아 탱크들을 전시하는 등 기념식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메시지에서 “러시아가 이번주에 특별히 추악하고 사악한 짓을 시도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 지역당국은 24일 하루 동안 통행금지를 시행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우크라이나 안팎에선 러시아군이 최근 크름반도에서 발생한 피해를 보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과 16일 크름반도의 러시아 공군기지와 탄약고 등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나 러시아군 전력에 적잖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를 본격적으로 공격하면 ‘심판의 날’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핵전력까지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최근 전장에서 러시아군의 움직임도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보단체인 전략통신센터(StratCom)는 “대량의 무기를 실은 러시아 열차가 접경지로 이동했다”며 “러시아가 24일에 맞춰 대규모 폭격을 감행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대량의 지대공 미사일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 격전지인 루한스크를 장악한 뒤 도네츠크 점령을 위해 공세를 취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동부 돈바스 지역의 병합을 선언하고 승리를 공식화하려던 러시아의 계획도 순탄치 않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접적인 전장이 아니었던 크름반도가 타격을 입은 것은 러시아 내부의 동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폴라 도브리안스키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공격은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미약한 통제를 강조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이번 공격이 전쟁을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 의제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 공략을 시작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남부 헤르손 지역 등에 대한 대대적인 탈환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전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크름반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들은 남부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기 전 러시아를 약화시키기 위한 전술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로이터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전날 차를 몰고가다 원인 모를 폭발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한 러시아 매체는 원래 두긴과 딸이 모스크바 외곽 행사에 참석했다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따로 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두긴 또는 부녀를 노린 고의적인 공격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전에 차량에 폭발물이 설치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러시아는 이날 폭발사고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두긴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거대한 러시아 제국을 만드는 구상을 지지해온 극우 사상가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병합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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