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위담통합병원 최도영 대표원장(사진 왼쪽)이 암 환자를 위한 침·전자뜸 시술을, 고재홍 원장이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고주파 온열 암 치료를 시연하고 있다. 인성욱·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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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의 치료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암 치료를 방해하는 ‘의외의 복병’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항암제의 독성과 부작용이다. 항암제가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 4월 충북 충주시 수안보에 문을 연 충주위담통합병원은 이 같은 양방 치료의 단점을 한방 치료로 보완하며 만든 새로운 치료 프로세스, 이른바 ‘융합의학’을 추구한다. 양·한방 융합의학을 통해 암 환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암을 극복하도록 의료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충주위담통합병원은 융합의학의 출발점으로 ‘양·한방 통합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먼저 암 환자가 충주위담통합병원에 방문하면 통합진료센터에서 양방(가정의학과) 진료를 받은 후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 의뢰를 거쳐 한방 진료를 받는다. 이후 양·한방협진실에서 가정의학과·한방침구과·한방내과 전문의 등 양의사와 한의사가 정기적으로 모여 환자의 치료 방향을 설계·점검한다. 입원 병동 회진도 두 의사가 함께한다. 고재홍(가정의학과 전문의) 원장은 “암 환자가 기존 병원에서 발급받은 소견서·영상물 등을 참고해 환자의 암 종류와 병기, 투여받은 항암제의 종류 등을 확인한다”며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항암제의 부작용과 연관되면 한방과 협진해 그에 따른 양·한방의 치료 방향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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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치료로 항암제 독성 다스려
한방의 약 효과가 더 뛰어날 땐 한의학의 힘을 빌린다. 예컨대 항암 치료를 받는 고령 환자가 부작용으로 소변 장애를 겪을 때 기존 양방에선 방광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해주는 탐스로신 성분의 약을 처방했다. 문제는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일주일가량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생식기 부위에 벌침(봉독)을 놓는 한방 치료를 시행한다. 당일에 개선될 정도로 약효가 빠르다. 또 다른 예는 항암 치료의 흔한 부작용인 구내염이다. 세포독성항암제의 경우 암세포뿐 아니라 점막 세포까지 손상해 입안 전체가 헐기 쉽다. 이럴 때 양방에선 창상피복재를 처방하는데, 비싸서 환자가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 이곳은 ‘한방 가글’을 환자에게 권장한다. 이 병원이?동의보감?을 참고해 직접 조제한 한약이다. 입안 점막을 빠르게 회복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되는 약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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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단계별 한방 맞춤 처방
충주위담통합병원은 이처럼 융합의학을 기반으로 암에 특화한 치료 시스템을 갖췄다.
첫째는 ‘암 치료 시기별 한방 치료’다. 최도영(한방침구과 전문의) 대표원장은 “암 수술 전, 항암 치료 도중, 항암 치료 후의 부작용을 줄이고 항암제의 독성을 없애기 위한 한방 치료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1단계로 암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앞둔 환자에겐 ‘항암 준비방’을 권장한다. 원기·기력을 돋우고 면역력을 높여 수술과 항암 치료에 잘 견디도록 하는 게 목적인데, 환자마다 배합하는 약재가 다르다. 2단계로 항암 치료 중인 환자는 항암제 부작용을 막고 항암제의 독소를 배출하기 위해 ‘항암 병행방’을 처방한다. 항암 병행방은 항암제로 인한 구토감을 줄이고 위의 흡수력 높이는 데 사용된다. 3단계로 항암 치료 후암의 재발·전이를 막기 위해 ‘암 전이 재발 방지방’을 제공한다. 최 대표원장은 “양방에선 암의 병기·종류에 따라 치료법을 세우지만 한방에선 치료 시기에 따라 맞춤형 처방을 한다”고 언급했다.
둘째는 ‘양방의 고주파 온열 암 치료’이다. 정상 세포와 달리 암세포는 42도를 웃돌면 성장을 멈추거나 죽기 시작한다. 이 원리를 적용한 의료기기가 고주파 온열기기다. 그런데 기존의 여러 제품은 암 사멸 효과를 얻으려면 화상의 위험이 있고, 몸속 깊은 곳에 자리한 암은 제거하기 힘들었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한 최신 장비인 ‘BSD-2000’은 고주파 에너지를 암 덩어리에 집중적으로 전달해 암세포를 죽인다. 고 원장은 “현재 국내 대학병원을 포함해 이 장비를 도입한 곳이 몇 군데에 불과할 정도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이곳에서 가장 선호되는 장비로 꼽힌다”고 말했다.
병원에 마련된 노천 온천탕 전경. |
셋째는 ‘온천수를 활용한 물 치료 프로그램’이다. 병원이 자리한 충주시 수안보는 지하에서 용출되는 온천수가 풍부하다. 조선시대 왕이 이 지역에서 온천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수안보를 입지로 선정한 건 온천수 때문이다. 이곳은 지하 250m에서 용출된 pH 8.3의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노천 온천탕을 원내에 마련해 환자가 언제든 온천욕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허브·한약재를 활용한 한방온천욕, 족욕시설, 아쿠아 마사지 등 온천수를 활용한 다양한 물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 대표원장은 “온천욕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 암세포의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온천수 증기가 비강·호흡기관을 데워 암으로 인한 두통·인후통·신경통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며 “환자 사이에선 병원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것 같다고 해서 ‘병캉스’라는 별칭이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특화 시스템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을 찾는 암 환자의 발길도 늘었다. 이달 입원 환자 수는 지난달보다 1.7배 늘었고, 전체 입원 환자의 약 90%가 암 환자다. 대다수는 기존 병원에서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에 이곳에 입원해 양·한방 치료를 받는다. 유방암 2기 환자인 김모(45·여)씨의 사례도 그렇다. 그는 지난해 10월 암을 진단받고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유방 전절제술)을 앞둔 시점에 이곳을 찾았다. 김씨는 이곳에서 양·한방 협진을 받았고, 올해 4월 부분 절제술로 변경해 치료받았다. 암 크기가 작아져서다. 최 대표원장은 “이곳에서 양·한방 병행 치료를 받은 환자의 치료 성과를 분석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해 연구중심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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