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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르포] "야구장 1회용품 쓰레기 줄이기, 홈런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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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분리수거 실종'

플라스틱 컵 등 각종 일회용품 이용에 '다회용기' 추천

아시아경제

지난 주말인 27일 서울 잠실야구장 출입구에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장. 종이만 버려야 하는 곳에, 콜라 페트병, 캔 맥주가 놓여있고 대체로 분리수거가 엉망이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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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분리수거 해야죠. 그런데 다들 그냥 나가는 것 같네요." , "일회용품도 줄여야죠."

화창했던 지난 주말(27일), 서울 잠실야구장은 LG와 키움의 경기를 보려는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관중은 15,250명으로 각 팀의 응원전도 한껏 달아올랐다. 경기는 LG가 1-0으로 승리했고, LG가 승기를 굳힌 8회 초, 관중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키움 팬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무더위가 끝나고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모두가 즐거운 주말이었다. 문제는 경기를 관람하며 먹고 마신 음식물 쓰레기와 각종 일회용품인 플라스틱, 응원 도구인 비닐봉, 등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자가 관중이 빠져나가는 여러 출구에서 수십분 동안 번갈아 가며 분리수거장을 지켜본 결과, 관중 대부분은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지 않았다. 한 40대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성 관중은 맥주 종이컵, 아이스커피 플라스틱 컵 등을 검정색 비닐봉지에 담아 일반 쓰레기통에 그대로 던지고 나갔다.

20대 남성 관중 역시 아직 커피가 남아있는 음료 컵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갔다. 이 경우 음식물 쓰레기통에 남은 커피를 버리고, 컵만 따로 분리해 버렸어야 했다. 또 다른 30대 관중은 아예 분리수거를 할 생각도 없는 듯, 경기장 출구와 가장 가까운 쓰레기통에 먹다 남은 치킨 등 음식물이 담긴 비닐봉지를 던지고 지나갔다.

무차별적으로 쓰레기가 투척 된 분리수거함은 일종의 거대한 쓰레기 산을 방불케 했다. 현장에 있던 한 40대 시민은 "쓰레기 분리배출이 경기 수준을 따라갔으면 좋겠다"며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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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관중석을 정리하는 환경미화원들. 먹고 마신 쓰레기가 그대로 놓여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관중들이 쓰레기를 들고 퇴장한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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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장 쓰레기 얼마나 나오나

환경부가 지난 2016~2017년 시행한 제5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야구장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2203t, 전체 스포츠시설 폐기물 발생량(6176t)의 35.7% 차지한다. 이렇게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수거 해서, 자원 활용과 환경오염을 최대한 막을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1회용품 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LG트윈스, 두산베어스, 아모제푸드, 잇그린, 효성화학과 '제로웨이스트 서울 조성을 위한 잠실야구장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소비자의 다회용기 이용 지원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잠실야구장 내 식음료 시설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다회용기 사용 인식 제고 및 홍보 등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관람객은 9월23일까지 잠실야구장 내 40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사용한 다회용기는 야구장 곳곳에 비치된 반납함에 두면 된다. 별도의 보증금은 없다. 예컨대 음식을 주문할 때 관객은 다회용기를 선택하고, 식사 후 반납 신청을 하면 비대면 방식으로 수거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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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제공되는 다회용기.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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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 이용 시범 실시 뿐만 아니라, 11월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 및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등이 일회용품 사용제한 품목에 새로 추가된다. 현재는 플라스틱 컵만 사용이 금지돼 있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이번 시범사업으로 스포츠 시설 내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향후 모든 스포츠 시설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야구팬들은 반기는 입장이다. 평소 야구장을 찾아 '직관'(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을 즐기는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결국 환경 오염을 막자는 얘기인데, 당연히 동참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야구팬은 "야구에서 관중은 '10번 타자'라는 말이 있는데, 경기를 관람하는 매너도 향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에 대해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결국 분리해서 버려야 하는데, 다만 개선되기는 좀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구장관리팀 관계자는 "분리수거를 안내하는 전광판 멘트를 지속적으로 띄우고, 안내 멘트가 나가는 등 관련 홍보를 지속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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