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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장제원 '백의종군'에 커지는 권성동 사퇴 압력…'윤핵관' 2선 후퇴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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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활동 오해 모임은 삼가고
어떤 임명직 공직도 안 맡겠다"
장제원 '윤핵관 책임론'에 응답
권성동 측 "자기만 살자고 도망"
한국일보

장제원(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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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당내 혼란에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계파 정치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어떤 활동도 삼가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다. 장 의원의 '로키(Low-key) 행보'는 다른 윤핵관들의 2선 후퇴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거취 표명이 예정된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윤핵관의 퇴조가 가시화할 경우 검찰·관료 그룹으로 여권의 무게추가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당의 혼란상에 대해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인수위 시절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이제는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썼다. 장 의원의 메시지는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진 '윤핵관 책임론'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핵관이 주도해 출범한 주호영 비대위가 발족 열흘 만인 지난 26일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윤핵관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분출했다. 이 과정에서 '영원한 브라더'라던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가 사태의 원인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윤핵관 내부의 분화 조짐도 뚜렷해졌다. 장 의원 측은 비대위 출범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으나, 권 원내대표 측은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권 원내대표와 가까운 윤한홍 의원이 지난 27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출범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주도했던 의원들도 나와서 한 말씀하시라"고 꼬집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장 의원은 당분간 '조용한 행보'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계파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친윤계 공부모임인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 출범을 주도했다가 계파 논쟁에 휩싸였던 일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장핵관'과 '권핵관'으로 나뉘어 여권 핵심이 분열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게 장 의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지금까지 언론이나 정치권 주변에서 저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말하거나, 과도하게 부풀려져 알려진 것들이 많지만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인수위 시절부터 초대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거론돼 왔으며, 1기 대통령실 인선에 깊숙이 관여한 여권의 핵심 인사다. 또 비대위 효력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승소한 이준석 전 대표가 정미경 전 최고위원을 통해 자신의 사퇴를 압박한 배후로 장 의원을 지목할 정도로 당에서도 친윤계를 대표하는 실세 의원으로 통했다.

그런 실세가 2선 후퇴를 선언하자 일각에선 '윤심'과 멀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인적 쇄신에 나서면서 주로 '장제원 라인'으로 분류되는 비서관·행정관들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김대기 비서실장의 그립이 세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장 의원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오직 민생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윤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고 당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지금 장 의원이 아무런 직을 맡지 않고 있는데, 워낙 주변에서 난리를 치니까 어쩔 수 없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핵심 의원도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진 정치적 판단"이라며 "윤핵관이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당 정상화의 토대와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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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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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는 장 의원의 저자세 행보가 같은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앞당기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가 출범하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기국회를 앞두고 원내사령탑을 교체하는 것은 무리라거나 권 원내대표를 대체할 후임이 마땅찮다는 논리도 적지 않아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가 '버티기'를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권 원내대표 측은 장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장 의원의 메시지는 '자기만 살자고 먼저 도망친 비겁한 행동'이라며 나머지 윤핵관들은 2선 후퇴를 해도 따라 하기밖에 안 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준석, 윤핵관 2선 후퇴에 "위장 거세쇼"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장 의원의 2선 후퇴 선언과 관련해 "하루종일 '윤핵관 거세!' 이야기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기사로 밀어내고 있다"며 "국민들이 소위 윤핵관을 싫어한다는 여론조사가 많이 나오니 기술적으로 그들과 멀리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일 뿐, 위장 거세쇼"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도 이들이 2선 후퇴를 한다고 한 뒤 인수위가 되자 귀신같이 수면 위로 다시 솟아오르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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