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재판서 증언…"불법 출금 수사, 보고받은 기억 없어"
"진상조사단 활동에 관여 말라 여러 차례 지시…이런 일 못 막아 송구"
법정 향하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 절차를 위반한 불법이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문 전 총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고검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이날 주신문에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2019년 6월 18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보고한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관련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이 보고서를 본 일이 있나"라고 물었고, 문 전 총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이와 관련해 이성윤 피고인은 증인에게 '안양지청이 긴급 출국금지와 관련해 약간 시끄러운 것 같다'고 보고했다는데 보고받은 것으로 기억하나"라고 묻자, 문 전 총장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문 전 총장은 "보고를 수원고검장에게 하지 않고 '수원고검장에게 이 건을 승인받아도 될까요'라고 대검찰청에 물어본 꼴이다"라며 "제가 보고받았다면 '왜 자기들 고민을 대검이 하게 만드냐'고 말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다면 기억에 남았을 것 같다"고 묻자, 문 전 총장은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위가 발생하면 수원고검을 통해 보고했어야 하는데 왜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이규원 부부장검사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근무하던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성윤 고검장이 안양지청으로부터 이 같은 보고를 받고도 수사를 무마하려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 고검장은 외압을 행사한 일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고검장이 보고서를 받은 직후 이현철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수원고검 검사)에게 전화해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달라",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인으로 출석하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
문 전 총장은 이날 재판에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활동할 당시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다가 긴급 출국금지 조치에 막혀 무산된 사실을 이튿날인 2019년 3월 23일 새벽 언론 보도와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가 남긴 문자메시지를 보고 알게 됐으며, 이후로도 이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문 전 총장은 "진상조사단의 활동 중 실체적인 부분에 검찰이 과도하게 협조하면 그 자체가 과거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 검찰이 어떤 의도를 갖고 개입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일절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이 어떤 혐의로 출국금지 됐고 사건번호는 무엇이 기재됐는지 증인은 당시 몰랐었나"라고 묻자, 문 전 총장은 "알지 못했고, 그에 더해 (긴급 출국금지가) 무슨 근거인지 의아했다"고 대답했다.
문 전 총장은 "아무리 조사 대상자가 악인이라도 민주적 절차, 적법한 형사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왜 건너뛰었는지가 의문"이라고도 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문 전 총장은 "이런 일이 벌어진 자체가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며 "제가 (총장) 직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인데 어떤 방식으로든 제가 적절한 조치를 즉시 했다면 이런 일들을 막거나 옳은 방향으로 가게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게 된 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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