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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조주빈보다 더 악랄한 '엘'…"10시간에 성착취물 50개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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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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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n번방’ 사건의 주범이었던 ‘박사’ 조주빈과 ‘갓갓’ 문형욱은 법정에서 각각 징역 42년과 징역 34년을 확정 받았다. 그들의 처벌로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성착취 범행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자리엔 어쩌면 그들보다 더 악랄한 ‘엘’이 있었다. 여전히 같은 범죄를, 더 교묘해진 수법으로 저지르면서다.



14살 피해자 유인해 10시간 동안 성착취물 50건 넘게 건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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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K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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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엘’은 지난 1월 조주빈 등 n번방을 추적했던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돕겠다면서 14살 중학생인 피해자를 유인했다. 피해자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포하겠다는 엘의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10시간 동안 50개 넘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냈다.

이 사건 피해자로부터 제보를 받고 최근까지 가해자 엘의 존재를 추적해 온 추척단 불꽃 활동가이자 대안미디어 ‘얼룩소’의 원은지 에디터는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들은 1분에 메시지를 80개 넘게 보내거나 텔레그램의 전화 기능을 이용해 시도 때도 없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나이가 어린 피해자들을 몰아붙여 협박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조주빈보다 악랄”…닉네임 계속 바꾸고 대화방 수시로 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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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K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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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K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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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보다 더한 요구를 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원 에디터는 “닉네임을 몸에 새기게 한 피해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 에디터는 “피해자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해자의 협박이었다. (엘은) ‘네가 죽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네가 죽어도 나는 상관없다. 성착취물이 있기 때문에. 죽어주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엘의 협박을 이기지 못해 성착취물을 보낸 피해자만 6명에 달하고 이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성착취물은 350건이 넘는다.

가해자는 닉네임이나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던 n번방의 조주빈과 달리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닉네임을 수시로 변경하고, 유통 방식 또한 고정된 대화방을 사용하지 않는 등 더 치밀한 수법을 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원 에디터는 “엘의 경우 주기적으로 닉네임과 아이디를 변경했다. 아무래도 n번방과 박사방 제작자들이 검거되면서 본인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정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주기적으로 유통하기보다는 n번방 사건 이후 남은 세력들이 생겨서 본인끼리 친목하는 대화방이 여러 개 있는데, 그 방 관리자들에게 접촉해 ‘성착취물이 있으니 끼워달라’거나 본인이 게릴라식으로 대화방을 만들어 영상을 유포하기도 했다. 아니면 1대 1로 성착취물을 거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텔레판 뒤집어 놓은 장본인 “여노예 11·남노예 3명” “레전드”…엘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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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미지그래픽


한 텔레그램 대화방 관리자는 엘을 소개하면서 “’텔레판’ 뒤집어 놓은 장본인” “여노예 11명·남노예 3명” “레전드”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처럼 ‘엘’로 지목된 이번 사건의 가해자 A씨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엘과 함께 범행한 복수의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공범은 엘을 포함해 최소 2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됐다. 또 엘과 관련된 대화방에서 성착취물을 접했을 인원은 5000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원은지 에디터는 “불꽃을 사칭했던 계정과 엘 계정이 다르다”고 했다. 또 “엘이 지난해 왕성하게 활동한 당시 5000명 이상이 관련 대화방에서 활동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엘이 20대였던 조주빈이나 문형욱보다 어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1일 YTN 라디오 ‘이슈&피플’ 인터뷰에서 “언어 사용 연결점을 보면 이들이 경험한 영역이 드러난다”며 “제가 봤을 땐 상당히 어린 아이들 같다”고 추측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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