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편의점 1회용 봉투 발주 속속 중단…알바생 “‘봉투 빌런’ 감당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1월24일 ‘자원재활용법’ 시행…비닐봉투 금지

GS25, 1일 발주중단…CU·이마트24 10월 중단

“왜 비싼 종량제 파냐”는 ‘봉투 빌런’ 속수무책

알바생들 “환경부와 본사가 나서 적극 홍보를”


한겨레

편의점 씨유는 11월24일 시행되는 ‘편의점 1회용 봉투 전면 사용 금지’에 맞춰 지난달부터 1회용 봉투 발주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다회용 봉투 사용을 권장하고 나섰다. 씨유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아무개(23)씨는 ‘봉투 빌런’ 때문에 화병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지난 1일부터 편의점 본사가 1회용 비닐봉투 발주를 중단하면서 이씨가 일하는 편의점에서는 더이상 비닐봉투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소 점주님이 환경보호 활동에 진심인 편이라 우리 매장에서는 물건 구매 시 필요하면 ‘종량제봉투’를 구매해 담아가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일부 손님이 왜 값싼 비닐봉투를 안 팔고 비싼 종량제만 파느냐고 진상을 부리는 바람에 경찰에 신고까지 할 뻔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에스(GS)25와 씨유(CU) 등 일부 편의점이 지난 1일부터 1회용 비닐봉투 발주를 중단하거나 제한하면서 벌써부터 편의점주와 알바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11월24일부터 시행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앞두고 편의점 본사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홍보 부족과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비닐봉투 사용 금지 대상은 대규모 점포(3000㎡)와 슈퍼마켓(165㎡)으로, 편의점은 돈을 받고 비닐봉투를 판매할 수 있다. 각 점포마다 차이는 있지만, 분해가 잘 된다는 친환경 봉투는 100원, 일반 1회용 봉투는 20~50원에 판매한다. 하지만 11월24일 관련 법이 전면 시행되면, 모든 점포에서 1회용 비닐봉투 판매가 금지되고,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에스25는 이달 1일부터 1회용 봉투 발주를 전면 중단했고, 씨유와 이마트24도 단계적으로 발주를 제한해 10월부터 전면 중단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나래(가명·21)씨는 <한겨레>에 “평소 100원을 받고 판매하는 친환경 봉투를 두고도 ‘물건을 사는데 왜 봉툿값까지 받느냐’고 진상을 부리는 손님이 많다. 이들을 두고 알바생들이 ‘봉투 빌런’이라고 부르는데, 이제 이마저 못 팔고 가격이 훨씬 비싼 종량제봉투를 구매하라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움부터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한겨레

11월24일 1회용 봉투 사용 전면 금지에 앞서 한 편의점에서 선제적으로 만들어 놓은 ‘안내문’. 커뮤니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 점주들은 이런 마찰을 피하기 위해 본사가 1회용 봉투 발주를 중단하기 전 대량으로 비닐봉투를 주문해 쌓아두고 사용하기도 한다. 경기도 여주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발주 중단 사전 공지가 뜬 것을 본 이후 11월24일 전까지 사용할 비닐봉투를 계산해 대량 주문해 쌓아둔 상태”라며 “점주들이 환경보호라는 대의에 공감하더라도, 일부 소비자들이 관련 법률 시행 사실을 잘 모르고 항의를 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손님들의 항의를 우려해 ‘발주 중단된 1회용 비닐봉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점주들은 종량제봉투가 일반 봉투에 견줘 5배(20ℓ 기준 490원 가량)나 비싼 데다 점포가 위치한 지자체에 살지 않으면 종량제봉투 재사용이 제한되는 점을 들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조아무개(25)씨는 “알바생들은 최일선에서 손님들의 악성 민원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며 “부디 법 시행 전에 환경부와 편의점 본사가 비닐봉투 사용 금지와 관련한 홍보에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어떤 뉴스를 원하시나요? 레터, 브리핑, 뒷얘기 다 여기에
▶▶<한겨레> 국장단이 직접 뉴스를 풀어 드립니다, H:730▶▶발로 뛰는 댕기자, 어디에도 없는 동물 뉴스!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