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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메타, 퀄컴과 손잡고 VR 칩셋 개발… ‘메타버스 혁신’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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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 영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퀄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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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또다시 퀄컴과 손을 잡았다. 자사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의 차기 제품을 위한 칩셋을 만들기 위해서다. 양사는 다년간 협력을 통해 ‘완전한 메타버스 구축’을 앞당긴다는 목표지만, 메타버스 산업이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이들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 영상으로 참석, 퀄컴과의 전략적 협약 체결을 발표하며 “메타 VR 기기만을 위한 칩셋 개발을 통해 우리는 계속해서 VR 기기의 한계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는 아직 태동기에 있다”며 “한층 심화된 단계에서 이뤄지는 퀄컴과의 기술 통합은 VR을 다기능적인 컴퓨팅 플랫폼으로 변화시켜, 사회 구성원이 서로의 삶을 연결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메타는 현재 퀘스트2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 칩셋을 사용 중이다.

VR 기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는 ‘현실 세계의 완벽한 구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타버스는 앞으로 10년 내로 10억명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성장할 것이고, 여기선 수천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며 수백만명의 제작가와 개발자를 위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는 “메타버스 기술을 선도하는 퀄컴과 메타가 힘을 합쳐 수십억명의 사람을 연결하는 컴퓨팅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메타버스 내에서 업무, 엔터테인먼트, 교육, 창작 등의 방식을 대전환하는 경험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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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벌링게임에 위치한 메타스토어에서 직원이 가상현실(VR) 헤드셋 오큘러스로 회의용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워크룸' 이용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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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지난해 관련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에 100억달러(약 13조7300억원)를 쏟아부은 데 이어 사명까지 바꾸면서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올해 IFA에서 퀄컴과의 협업과 함께 베를린 스타트업 로펠트의 인수도 발표했다. 로펠트는 증강현실(AR) 적용이 가능한 ‘촉각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촉각 기술은 사용자의 몰입도 향상을 위해 스마트폰, 비디오게임 콘솔 등 기기에 진동이나 충격을 발생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하지만 메타의 야심만큼 메타버스 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저커버그 CEO가 언급한대로 현 시점에서 VR 기기는 휴대성이 떨어지고 사용감이 좋지 않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활용되기에 지나치게 고가인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그룹은 지난달 ‘기회의 땅 메타버스: 비전, 기술, 전략 대해부’ 보고서에서 “현재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초기 메타버스에 필요한 사양만을 갖추고 있다”며 “혼합현실(XR·VR과 AR을 포괄하는 개념)이 가상 세계의 주요 진입로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나마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는 빠른 편이다.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리면 게임, 영화, TV 프로그램 외에는 사용자가 소비할 만한 콘텐츠가 없다. 가상 사무실, 가상 피트니스 센터 등은 이제 막 발전 단계에 진입해 기존 엔터테인먼트 부문만큼 자리 잡기까지도 갈 길이 멀다. 메타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수익 창출 구조 없이 가상 콘서트, 디지털 화폐 거래 등을 도입한 로블록스 등 경쟁업체들에 뒤처져 있다. 더욱이 해당 사업부를 이끌던 비벡 샤르마 부사장이 지난달 말 돌연 사임했다.

회사가 처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우선 자사 대표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의 전 세계 월간활성이용자(MAU)가 감소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페이스북의 이용자 수는 1분기 대비 200만명 감소한 29억3400만명을 기록했다. 이용자 감소는 페이스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메타는 2분기에 분기 매출 감소도 경험했다. 이 또한 사상 최초다. 애플이 iOS14.5부터 채택한 앱추적투명성(ATT) 정책의 영향이다. ATT는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이용자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조치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온 메타에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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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 /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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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매출에 적신호가 켜지자 메타는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저커버그 CEO는 2분기 실적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신규 엔지니어 채용 목표를 당초 계획했던 약 1만명에서 6000~7000명으로 줄였다”며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이고,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야한다고 본다. 향후 1년에 걸쳐 채용 규모를 계속해서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자사 VR·AR 기기용 운영체제 개발을 위해 300명 규모로 꾸린 팀도 올해 초에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메타가 메타버스에 온전히 초점을 맞춘 미래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메타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 스타트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독점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며 “저커버그 CEO는 앞서 대규모 장기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과연 유지 가능한 전략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현지 반응은 더 차갑다.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기즈모도는 “메타가 저커버그표 메타버스 지옥에 퀄컴을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미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메타가 도박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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