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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수리남 '반공작전'…韓 외교부 "수리남 국회의장 협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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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외교 잠금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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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8월 당시 김교식 주 수리남 대사가 본국에 보낸 '주재국과의 협력관계' 문건에는 북한대사 신임장 제정 요청을 수리남 국회의장의 협력을 받아 중단시켰다는 내용이 나온다. 밑줄은 기자가 표시. /자료=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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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정부 시절 우리나라 정부가 수리남 조야에 접촉해 북한 대사에 대한 수리남 정부의 신임장 제정을 막는 방해 공작을 은밀히 펼쳤음을 보여주는 외교 문건이 처음 발견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방영을 계기로 한국과 수리남 간 수교사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극중 수리남의 부패 대통령 모델인 데시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이 배후로 지목된 1990년 12월 군사정변을 비롯한 수리남 정세에 대한 한국 측의 고민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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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예고편 영상. (홍어 잡으러 왔다가 국정원 스파이가 된 하정우 | 수리남 | 넷플릭스) / 사진=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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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외교부의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열람한 결과 1991년 8월 당시 김교식 주 수리남 대사는 우리나라 외무부(현 외교부)에 수리남 외무성 아주국장과 접촉했다며 "(수리남) 국회의장의 협력을 얻어 북한대사 신임장 제정을 중단케된 사실을 상기시켜 금번 대통령 취임식 경축사절 리스트에도 북한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며 "(수리남) 아주국장은 본직 요청에 협력의 뜻을 표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수리남을 비롯해 바베이도스 세인트루시아 등 중남미 여러 나라 외교를 관할하는 주 가이아나 대사로 임기택 대사를 1989년 5월 임명했다. 하지만 외교문건을 보면 임 대사는 신임장 제정요청부터 적어도 1년3개월 간 수리남 대사로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본지에 "북한 대사가 수리남의 신임장을 받으면 수리남에서 외교 활동을 벌일 수 있다"며 "우리도 수교를 하려 할 때 북한이 수교 활동을 방해하다거나 그 나라 외교부에 찾아가 은밀하게 공작을 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김 대사의 문건은 1990년12월 벌어진 수리남 군사 정변 이후 치러진 5월 총선, 8월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본국에 보고한 현지 정세다. 수리남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은 김교식 대사에게 대통령 취임식에 고위인사를 특사로 파견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였다.


韓, 베네수엘라 쌍용지사, '군사 정변' 이후 '상담 중단 카드'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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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에서 1990년12월 벌어진 군사정변과 관련한 김교식 주 수리남 대사의 보고서. /자료=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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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군사 정변의 배후는 1987년까지 7년간 군부 수장으로서 수리남의 실질적 권력을 장악했다가 민간에 권력을 넘긴 바우테르서(2010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대통령으로 집권)로 관측돼 왔다. 다만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1991년5월 실시된 총선에서 반군부를 표방하는 뉴프론트(NF) 연정이 집권하게 된다.

이런 정세 불안의 와중에 한국 측은 거듭해서 북한 대사의 수리남 활동을 막기 위한 로비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1990년 12월 김 대사는 수리남 정변과 관련 "군부 주도세력 4인은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깊이 개입돼 있는 인물들로 당지에서의 북한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시점(북한대사 아그레망 거부, 한국의 유엔 가입 지지 등)에서 군부를 자극, 한국 우위를 와해할 필요는 없다"며 미국이 수리남 군사 정변에 강경한 태도를 요구할 경우 수리남 군부가 베네수엘라 상주 쌍용지사와 벌이고 있는 경비정 3척 구입 협상 등을 중단하는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했다.


'반기문 미주국장' "관례상 靑 선정 거물정치인 특사 파견하지만…불투명한 정치상황"


1991년 2월에도 김 대사는 수리남의 전 외교장관과 오찬을 함께 했다며 북한 대사에 대한 신임장 접수 문제와 관련한 수리남 전 외교장관의 발언을 보고했다. "라치몬 국회의장 일행 방한 성과로 일단 동결됐다. 그러나 과도정부하에서는 좌파세력인 군부인사 재등장, 유엔관계인사의 대외정책 재정립등으로 안심할 수 없으며 과도정부라 할지라도 당관의 긴밀한 접촉관계 유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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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 친서. /자료=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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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날드 페네티안 수리남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는 김교식 대사가 특사로 파견됐다. 훗날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는 1991년 9월 당시 반기문 외무부 미주국장은 김 대사에게 서한을 통해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파견하는 특사는 관례상 청와대에서 선정하는 거물 정치인을 파견해 왔으며 장관님께서도 그러한 방향으로 일차 생각을 하신 바 있다"면서도 "현지의 불투명한 정치적 상황과 불편한 입국 교통편 등 제반 요소를 감안해 부득이 대사님을 특사로서 취임식에 참석토로 결정하게 된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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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국장 반기문'이 김교식 대사에게 작성한 서한. /자료=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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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국장 반기문'이 김교식 대사에게 작성한 서한. /자료=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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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은 페네티안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김교식 특사로 하여금 각하를 비롯한 귀국 신정부 지도자들과 양국 간의 협력 강화 방안 등 공동 관심사에 관해 협의토록 하였다"며 "각하의 재임기간 중 우리 양국의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가 가일층 증진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페네티안 대통령에게 보내는 대형백자 1점을 비롯한 선물도 수리남으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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