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시간동안 함께 해주셨던 분들에게, 기대에 못 미쳐 죄송”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정의당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던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는 19일 자신의 ‘갑질 의혹’과 관련 “해당 논란을 핑계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해야 할 당의 책임이 방기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옹호하고 싶은 피해자만 옹호하고, 남의 성폭력에 대해서는 손가락질 하면서 내부의 문제는 모른 척 하는 것은 내로남불이자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갑질논란부터 해명하고 성폭력 피해 호소해라’, ‘갑질했으니 당해도 된다’ 등의 말을 당원들로부터 들어왔다”며 “해당 사안의 경우 현재 중앙당기위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중이라 저도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성폭력 관련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이 문제가 결정적이라면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이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이어 “소위 갑질로 처음에 제 실명과 함께 언론보도 된 ‘대리운전’, ‘택배 심부름’, ‘임금 삭감’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무시간 외 연락 및 휴가 조정 건이 아닌 다른 알려진 사안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이 왜곡된 것이다. 앞으로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댓글, 게시물 등에 대해서는 일괄 법적 조치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당에서는 제가 업무시간 외에 업무연락을 한 것, 선거일정에 맞춰 대체휴가 일자를 조정시킨 것 등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했다. 제가 업무시간 외에 연락을 하고 대체휴가를 조정시킨 것은 사실이므로, 관련해 당이 징계를 내린다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는 전당적으로 횡행했던 문제이므로, 앞으로의 정의당은 업무시간 외에 업무연락이 없고 자유로운 휴가사용이 보장되는 좋은 직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을 통해 허위사실이 유포된 후 저는 당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투명하게 밝혀질 것이라 기대하고, 억울하더라도 입을 닫은 채 빠르게 청년정의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정치인이 아닌 저에게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인권과 인격권이 있다. 앞으로 더 불거질 수 있는 사실관계 공방은 법정에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릇도 작고 세력도 없었던 제가 당에서 큰 책임을 맡은 것 자체가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인 것 같다”며 “고통의 시간동안 함께 해주셨던 분들에게,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청년정의당 당직자 A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저에 대한 잘못된 주장이 전 당직자에 의해 유포되고 언론에까지 보도된 후, 이로 인한 충격으로 자살을 결심했다가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등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A씨는 처음에 저를 ‘도와주겠다’며 접근했다. 잘 대해주지 않으면 자신 역시 제가 갑질을 했다는 주장에 가담할 수도 있다는 식의 암시를 반복적으로 줬다”며 “그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뒤 한동안 깊게 앓았다. 그는 지금도 주요 당 간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며칠 전 저는 그를 정의당 당기위에 제소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또 다른 당 광역시도당 위원장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열린 전국 행사의 뒤풀이 자리에서, 모 광역시도당 위원장은 제 허벅지에 신체 접촉을 했다”며 “저는 이 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관련 회의에서 여영국 대표 등에게 처음 공식적으로 알렸다”고 설명했다.
또 “하지만 회의 현장에서 여 대표는 ‘이번 일은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내가 해당 위원장에게 경고를 하겠다. 아무도 이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결론을 지었다”며 “저는 그로부터 사과문을 받고, 사과문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단체장 후보로 출마했다. 바깥으로 논란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정의당다운 방식인가”라며 “저는 또다시 당내에서 성폭력을 당해야 했다. 제가 헌신하고 사랑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하고 싶었던 당에 실망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피눈물 나는 일”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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