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쿠팡의 '소상공인 졸업생'만 5천여명...성공사례 '봇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키즈 마스크 전문업체 어린숨 생산공장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어린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 키즈 마스크 전문업체 어린숨. 지난 2020년 창업한 '마스크 후발주자'인 어린숨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업체 경쟁 속에서 매출이 반토막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지난해 쿠팡 로켓배송, 새벽배송(로켓와우)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180도 반전됐다.

어린숨은 오프라인 거래처 등 기존에 한계가 있던 유통 비중을 줄이고 온라인에 맞게 비즈니스 체질을 개선했다. 포켓몬스터, 인어공주 등 귀여운 캐릭터를 입힌 마스크를 개발하면서 현재는 전국에 매일 30만장 이상의 마스크를 출고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창립 첫해 매출 18억원에서 지난해 30억원을 낸 데 이어 올해는 150억~2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직원은 최초 2명에서 70명으로 늘었다.

권용현(45) 어린숨 대표는 "모바일 액세서리 등 여러 개인 사업을 추진한 지 15년 만에 매출 10억원대 소상공인을 넘어 매출 100억을 넘보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해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라며 "전국적인 새벽배송 물류 배송망을 사용하는데다 자녀를 둔 부모 소비자가 많은 쿠팡에서 매출의 70%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쿠팡에 입점해 매출을 빠른 속도로 늘려 소상공인(통상 연 매출 30억원 이하)을 졸업해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발돋움한 사례가 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마트나 도매상, 재래시장 등 매출 성장이 한정적인 유통채널을 벗어나 온라인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판매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6년 간 전국 소상공인 14만명 '쿠팡 입점 러시'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업체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입점 러시가 가장 활발한 곳은 단연 쿠팡이다. 전체 판매자의 80%를 차지하는 소상공인들은 전국 15만7470명(지난해 말 기준)에 이르며 쿠팡에서 파는 제품만 11억개다.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한 이듬해 소상공인 수는 1만2161명에 불과했지만, 불과 6년만에 13배가 늘었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5292명의 판매자가 소상공인을 졸업하고 중소기업 대열에 올라섰다. 연 매출 30억원 미만의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단순히 매출만 올리는 사업자를 넘어 제품의 대량생산에 필요한 각종 설비나 공장을 갖춰 신사업이나 해외진출까지 노리는 역량을 갖출 가능성을 높였다는 의미다.

지난 3년간 쿠팡은 수도권에서 대구·창원·제주도 등지로 물류망을 확장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왔다. 코로나가 촉발한 비대면 경제권에 돌입하면서 쿠팡의 활성고객(제품을 한번이라고 구입한 소비자)은 2019년 말 1180만명에서 지난해 말 1800여만명으로 52% 급증했고 연 매출도 7조1530억원에서 22조2257억원으로 뛰었다. 유료 멤버십(900만명) 규모도 업계 1위다.

이커머스 시장에 소상공인들이 올라타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140조원 규모였던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올해 158조원, 2025년엔 2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BCG는 오는 2025년엔 이커머스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55%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소상공인들은 이커머스를 통해 특정 영업 지역에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는데다 신생 판매자가 뚫기 어려운 오프라인 프랜차이즈나 대형마트 채널에 대한 의존성이 줄어들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거리가 멀어 수도권으로 제품 유통이 어렵지만 오랫동안 지역에서 기술력을 연마하고 제품을 개발해온 소상공인들의 성장폭이 컸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소상공인들의 거래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제주도(347%), 경상북도(199%), 울산(192%) 순이었고 소상공인 판매의 70%는 서울 외 지역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소상공인 평균 전자상거래 이용 비중은 8.9% 불과
이커머스로 갈아탄 소상공인들의 성장세는 일반적인 국내 소상공인들의 영업실적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들의 매출 성장률은 2020년(-10.2%), 2021년(-1.7%) 등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는 290만1000개로 2019년과 비교해 4.7% 늘었다. 하지만 연 평균 매출(2억2400만원)과 영업이익(1900만원)은 각각 전년과 비교해 4.5%, 43.1% 줄었다. 소상공인들의 평균 연 매출은 2018~2019년에도 2억원대에 머물렀다. 문제는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로 실적을 낸 사업체는 전체의 8.9%로 전년 대비 2%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코로나 여파에서 ‘비대면 경제권’에 합류하지 못한 소상공인이 많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 대열에 동참해 쿠팡 등 이커머스에 합류한 소상공인은 사상 유례없는 성장을 거둔 반면, 그렇지 못한 소상공인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수십년 이상 지역 토종 업체들도 기존의 오프라인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1959년 창업해 3대를 이어온 울산의 참기름 방앗간인 옛간은 2019년만 해도 연 매출이 10억원에 머물렀다. 수십년에 갈고 닦은 참기름 제조기술을 보유했지만 판로가 지역 시장과 프랜차이즈 식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2020년 들어 경영상황은 반전됐다. 쿠팡 입점 후 매출이 25억원으로 오른데 이어 빠른 로켓배송을 통해 제품이 전국에 팔리면서 지난해 60억원으로 껑충 뛰며 소상공인 졸업생이 됐고, 쿠팡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핫한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박민(42) 옛간 대표는 “창업 60년 만에 매출 140억원을 예상한다”며 “전무했던 온라인 매출이 30%대로 뛰면서 참기름 분야 1등을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쿠팡에 올라탄 전통적인 기업들은 매출이 곱절로 뛰는 '멀티플라이어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해 지역을 뛰어넘어 전국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박민 옛간 대표. 사진=옛간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