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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기자24시] 디젤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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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엔진 개발."

2007년 폭스바겐의 발표에 세상은 환호했다. 이미 클린디젤이라는 기술로 디젤차의 인식을 바꿔놓았던 폭스바겐은 배출가스를 더욱 줄인 엔진을 출시하며 디젤 전성시대를 열었다.

디젤엔진은 힘과 연비가 우수했지만 질소산화물과 같은 유해물질 배출이 많아 이전에는 상용차에만 적용됐다. 그러나 질소산화물을 대폭 줄인 클린디젤이 출시되면서 디젤차 인기는 치솟았고, 거의 모든 완성차 기업들이 클린디젤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5년 폭스바겐이 디젤차의 배출가스 양을 조작했다는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터졌다.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배출량을 조작해 규제를 통과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디젤차 인기는 빠르게 식었다. 국내에서는 미세먼지 문제와 맞물려 노후 경유차의 서울 진입을 막는 법안이 통과됐을 정도였다. 하루아침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디젤차가 갖고 있던 위상을 전기차와 수소차가 이어받고 있는 지금 10년 전 디젤차를 바라보던 사회의 시선이 겹쳐진다. 전기차, 수소차는 친환경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종착점으로 그려진다. 정말 그럴까.

수소차를 홍보하는 기업들은 '우주의 90%가 수소'라는 문구를 즐겨 사용한다. 맞는 말이지만 우주의 수소 대부분은 태양과 같은 '항성(별)'에 있다. 쓰고 싶어도 가져올 수 없다. 수소를 만드는 데 돈이 들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만들 때 역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배터리 무게 때문에 전기차는 상당히 무거운데, 주행 과정에서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로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 분진이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디젤게이트를 거치며 우리 사회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과신과 홍보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지를 배웠다. 전기차, 수소차는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물질이 없는 만큼 제2의 디젤게이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전동화 패러다임이 완성차 업계를 휩쓰는 지금 과거의 잘못을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100% 완벽한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산업부 = 원호섭 기자 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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