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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식품 가격 올리지마” 을러대면 高물가가 잡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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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톡]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 CJ제일제당·오리온·농심미분·오뚜기 등 주요 식품 업체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불려나오게 됐습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식품 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 경위를 국회가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최근 식품 업계가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린 건 사실입니다. 농심이 이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출고 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올렸고, 오뚜기와 팔도도 다음 달부터 라면 가격을 각각 11%, 9.8% 인상합니다. 포장 김치, 고추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식품 가격만 올랐을까요.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는 작년 같은 달보다 15.7% 올랐습니다. 다른 공공요금이나 서비스 가격, 농축산물도 마찬가지여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걸 찾는 게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국회가 식품 업계만 콕 집어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 업계에선 “또 기업 팔만 비트는 거냐” “만만한 게 기업이냐”는 불만이 쏟아집니다. 원부자재 비용·인건비·물류비 증가에도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춘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리온의 경우 지난 15일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올렸는데, 2013년 이후 9년 만의 가격 인상이었습니다.

정부도 “고물가로 인한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기업을 연일 압박합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를 소관 부처와 공정위가 합동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농식품부는 지난 27일 주요 식품 업체 6곳과 간담회를 열고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편승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놓고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물가 상승 주범으로 몰아가니 황당하고 당혹스럽다”고 말합니다. 국회도 정부도 무슨 일만 생기면 마치 기업에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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