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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형재의 새록새록] 감나무 까치밥 '홍시가 열리면'…"아! 달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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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공원 수령 오래된 감나무에 새들 몰려…홍시는 달콤한 먹이

연합뉴스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

강원 강릉시 초당동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인근의 수령이 오래된 몇 그루의 아름드리 감나무.

감나무마다 먹음직스러운 감이 주렁주렁 달렸다.

감이 익어 톡 건드리면 터질 듯, 금방 떨어질 듯해 언뜻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홍시도 꽤 있다.

곳곳에 먹을 게 많은 가을이지만 새들에게 홍시가 있는 감나무는 꼭 들려야 하는 방앗간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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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물드는 감나무와 은행나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곳 네댓 그루의 감나무는 개량되지 않아 열매가 작은 재래 감으로 크기가 큰 개량 감보다 더 빨리 홍시가 됐다.

또 아주 높은 곳에 감이 달려 수확이 사실상 어려우므로 주변의 다른 개량된 감나무보다 까치밥이 된 홍시가 훨씬 빨리, 그리고 많이 달렸다.

요즘 이 감나무에는 아침 일찍부터 새들의 지저귐으로 시끄럽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접한 이곳 감나무가 잘 익은 홍시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새들의 식당이 된 것이다.

단골손님은 흔한 새 가운데 하나인 직박구리로 떼로 몰려오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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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따 먹는 직박구리
[촬영 유형재]


주변 전깃줄과 소나무 등에 앉았다가 귀신같이 잘 익은 홍시를 골라 공격한다.

잘 익어 맛있는 홍시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기도 한다.

거꾸로 매달리거나 날갯짓을 하며 홍시를 따먹는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먹성이 대단해 순식간에 홍시 한 개가 없어진다.

싸움에 밀린 직박구리는 아예 땅에 떨어진 홍시를 주워 먹는다.

이곳 감나무는 주변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서인지 많은 종류의 새가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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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먹는 청딱따구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나무 숲에서 청딱따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청딱따구리도 감나무를 찾았다.

잘 익은 감이 없는지 한동안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겨 다니며 익은 감을 찾다가 어느 순간 먹을만한 감이 있는 가지에 앉아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청딱따구리는 주변 다른 감나무로 옮겨 한동안 홍시를 찾더니 소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지난봄 이곳 숲 소나무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만든 뒤 새끼를 낳아 기른 오색딱따구리도 감나무를 찾았다.

오색딱따구리는 거꾸로 매달려 감을 파먹다가 덜 익어 맛이 없는지 다른 가지로, 또 다른 나무로 날아가 익은 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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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먹는 오색딱따구리
[촬영 유형재]


먹잇감이 시원찮았는지 인근의 감나무 고목을 부리로 두들겨 벌레를 찾는 모습이 목격됐다.

희귀조 붉은부리찌르레기도 무리를 지어 까치밥 식당을 찾는 단골손님이다.

붉은부리찌르레기는 국내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나그네새인데 이곳 감나무에서는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먹성이 좋아 바쁘게 날아다니며 홍시를 찾는다.

까치밥의 주인공 까치, 참새와 딱새, 박새, 흔히 뱁새로 불리는 오목눈이, 동박새 등도 감나무를 찾아오지만 극성스러운 직박구리, 붉은부리찌르레기를 피해 오래 있지 못하고 떠났다 다시 찾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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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먹는 붉은부리찌르레기
[촬영 유형재]


소나무 숲에 사는 청설모 가족도 가끔 감나무를 찾지만, 역시 직박구리, 붉은부리찌르레기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잣이나 솔방울 등 다른 먹잇감을 찾는다.

새들이 바빠질수록 홍시는 빠르게 줄어든다.

어제 보이던 홍시는 새가 먹어 치워 없어졌지만, 아직 감나무에는 많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날마다 홍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가을이 깊어가고 감나무의 홍시도 없어지면 새들에게는 혹독한 계절, 겨울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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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달콤해…홍시 먹는 동박새
[연합뉴스 자료사진]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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