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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英 금융혼란에…영란은행, 긴급 국채매입·양적긴축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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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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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정부의 감세안으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의 긴급 국채 매입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다음 주부터 시행하려던 양적 긴축(QT·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이는 정책) 일정도 순연했다.

BOE는 28일(현지 시각)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0월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변동성이 계속되면 영국 금융 안정성에 중대한 위험이 된다”는 이유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내각이 지난 23일 대규모 감세 계획을 발표하자 파운드화는 한때 역대 최저로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2거래일 만에 1%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영국 언론들은 금리 급등으로 연기금이 지급불능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자 BOE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갑자기 너무 커지면서 연기금이 갖고 있던 금리 파생상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금리 급변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연이어 중단했다. 텔레그래프지는 BOE가 국채를 하루 50억파운드씩 총 650억파운드(101조원) 어치를 매입한다고 전했다.

BOE는 또 금융위기 이후 사들인 국채를 다음 주부터 처분하려던 일정은 10월 말로 약 한 달 연기한다. BOE는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양적 긴축 계획을 발표했었다.

BOE가 이 같은 조처를 발표하자 영국의 국채 금리는 급락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5%가 넘으며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지만 바로 1%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하루 하락 폭 기준 역대 최대다. 파운드화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도 1.0560달러로 1.6% 내렸지만 도로 회복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바로 하락하는 등 당장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이는 단기 대책일 뿐이고 장기적으로 영국 정부의 신뢰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만난 주요 금융기관 인사들은 시장 안정 조치를 빨리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오는 11월 23일에 중기 재정 계획과 함께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성장과 국가부채 전망을 내놓으려는 일정을 앞당기라는 것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리즈 트러스 총리가 영국 경제에 위험요인이라며 감세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IMF도 전날 영국 정부에 정책 변경을 촉구하며 이례적으로 주요 7개국(G7) 회원국의 정책에 조언을 했다.

집권여당 보수당 내부에서도 동요가 커지며 콰텡 장관 사임설이 나오고 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트러스 총리를 향해서도 점차 비판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유턴은 없으며 콰텡 장관도 사임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재무부 앤드루 그리피스 부장관은 이날 정부의 감세 정책은 옳으며, 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BBC는 정부가 각 부처에 지출 효율화 지침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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