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제10회 수림문학상에 이정연 '속도의 안내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리 시대 탐욕과 과잉 에너지 보여준 일그러진 음화"

연합뉴스

제10회 수림문학상 수상자 이정연 작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제10회 수림문학상 수상자 이정연 작가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 취하고 있다. 2022.9.29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수림문학상 제10회 당선작으로 이정연(44)의 장편소설 '속도의 안내자'가 선정됐다.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은 한 달간의 예심을 통해 본심에 올린 다섯 편을 심사한 결과 '속도의 안내자'를 당선작으로 뽑았다고 29일 발표했다. 상금은 5천만 원이다.

'속도의 안내자'는 경마장 도핑 검사소의 여자 아르바이트생인 주인공이 의문의 '약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거대 권력의 음모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화 방지약을 개발하는 불법 임상시험의 조력자가 되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짓밟는 대기업의 음모, 젊음과 생명을 향한 인간의 욕망, 부모의 죽음에 대한 비밀과 맞닥뜨리게 된다.

추리 소설의 외양 아래 사회비판적인 면모를 품은 작품으로 시의성과 독특한 설정, 디테일의 구체성 등 신인답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 점을 심사위원단은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의 서사는 때로 부모의 죽음과 고모의 돌봄을 둘러싼 추리소설의 외양을 띠면서 자본과 기술의 논리 아래 영원한 생명과 젊음을 욕망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일그러진 음화를 적나라하게 재현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은 그들의 욕망을 조율하고 형성해내는 거대 자본의 음험한 음모를 폭로하는 지점으로 확장되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가짜 욕망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들은 소설의 주요 배경으로 설정된 경마장 묘사에도 찬사를 보냈다.

심사위원단은 "경마에 환호하는 군중과 경주마의 도핑 검사를 담당하는 주인공의 일상이 우리 시대 탐욕과 과잉 에너지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고 짚었다.

이정연은 197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동국대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대학 졸업 후 2001년부터 12년간 한국마사회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문예중앙에서 단편소설 '2405 택시'로 등단했다. 2020년 장편소설 '천장이 높은 식당'을 펴냈다.

이정연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소설은 그 자체가 가진 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3년 전부터 쓴 자식 같은 작품이 수림문학상을 통해 생명을 얻은 것 같다.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 살 수 있는 생명을 낳았구나'란 생각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첫 장편이 나온 지 2년이 돼 제대로 가는 길이 맞는지 마음이 조급하고 불편했다"며 "수림문학상을 통해 계속 나아가면 된다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소설가 윤후명(위원장), 성석제, 양진채와 문학평론가 정홍수, 신수정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중순에 열리며 당선작은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수림문학상은 소설 문학을 이끌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고자 2013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했다. 신인과 등단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기성작가의 미발표 장편소설만 대상으로 한다.

역대 수상작은 제1회 최홍훈 '훌리건K', 2회 장강명 '열광금지 에바로드', 4회 김혜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5회 이진 '기타 부기 셔플', 6회 김의경 '콜센터', 7회 최영 '로메리고 주식회사', 8회 김범정 '버드 캐칭', 9회 지영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이다. 2015년(3회)에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mim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