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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46억 7차례 걸쳐 횡령한 건보공단 직원…처음엔 ‘1000원’ 빼돌려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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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6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팀장급 직원 최모씨는 최초에 ‘1000원’을 본인의 계좌로 빼돌렸던 것으로 29일 나타났다. 공단 측이 알아채지 못하자, 최씨는 이후 수천만원 단위로 횡령금액을 높인 뒤 해외 도피 직전엔 한 번에 41억원을 빼돌렸다. 1000원부터 42억원까지 총 46억원을 7차례에 걸쳐 횡령했다.

조선비즈

강원 원주시에 있는 건강보험공단본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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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입사한 중간 관리자급(3급 상당) 최씨는 요양기관이 공단에 청구한 의료보험비 중 지급보류된 돈을 ‘셀프 결재’하는 방식으로 46억원을 횡령했다. 거짓 청구가 의심돼 일단 지급이 보류된 자금이 관리가 잘 안 된다는 점을 악용해 자신의 개인 계좌로 송금한 것이다. 자신이 결재할 때 상사까지 자동 결재되는 ‘위임전결 시스템’을 이용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씨는 지급보류된 자금 중 1000원을 계좌 정보를 조작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최씨는 ‘1000원’ 송금 후 아무 문제가 없자, 하루 뒤인 4월 28일 1740만원을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계좌로 송금했다. 이어 5월 6일 3273만원, 5월13일 5902만원, 7월21일 2625만원, 9월16일 3억1632만원을 자신의 계좌에 송금했다. 해외 출국 직전인 지난 9월 21일에는 41억7149만원을 빼돌렸다.

최씨는 횡령 초반에는 휴가를 내기도 했다. 1000원을 횡령한 다음 날이자 174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4월 27일에는 오전 반차를 사용했고, 그 다음 3273만원을 횡령한 5월 6일에는 연차 휴가를 썼다. 신 의원은 “횡령이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도주를 위해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씨는 이달 19일부터 26일까지 연차 휴가를 사용하고 잠적했다. 휴가 도중인 이달 21일에 41억원을 횡령했다. 건보공단은 하루 뒤인 22일 오전 업무점검 중 최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 즉시 최씨를 경찰에 형사고발하고 계좌를 동결조치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부터 2주간 특별 합동감사를 진행 중이다.

신 의원은 “몇 번의 시도를 통해 허점을 파악하고, 마지막에는 과감하게 41억원을 빼돌렸다”며 “처음 한 두 차례 시도에서만 발각됐어도 총 46억원이라는 대형 횡령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팀장 신분으로 지급 계좌번호 등록 및 변경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갖게 되는 취약한 지급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라며 :”건보공단 관리시스템의 부재이자 공공기관의 기강해이”라고 말했다.

세종=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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