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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증시 입성하는 포르셰, 이중 상장·지배구조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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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폭스바겐그룹 계열사 포르셰(포르쉐AG)가 29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다. 유럽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모자(母子) 이중 상장 및 지배구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포르셰 IR 자료와 외신에 따르면 포르셰는 주식 총 9억1100만주를 우선주와 보통주로 절반씩 나누고,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4억5550만주) 가운데 25%만 증시에 상장한다.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된 주식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만 상장하는 경우는 이례적인데, 포르셰는 우선주만 상장시키면서 상장으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공모가가 상단에 정해지면 포르셰 시가총액은 750억유로(약 103조원)에 이른다. 시총이 포드와 GM, 페라리, 현대차 등을 앞지르고, 모기업 폭스바겐(840억유로)에 근접한다. 공모가는 미정인데, 로이터는 28일(현지시각)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공모가가 최상단에 책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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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는 이번 상장에서 의결권 없는 우선주만 상장하고 의결권 있는 보통주는 장악하는 공모 구조를 택했다. 창업주 일가인 포르쉐·피에히 가문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포르셰 지분은 폭스바겐AG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 포르쉐·피에히 가문은 지주사 포르쉐오토모빌홀딩스(포르쉐SE) 지분 50.0%(보통주 100%)를, 포르쉐SE는 폭스바겐AG 지분 31.4%(보통주 53.3%)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상장은 전량 무의결권 우선주로 이뤄지고, 현재 폭스바겐AG가 보유 중인 포르셰의 보통주의 25%는 포르쉐SE가 폭스바겐AG로부터 인수한다. 즉 포르쉐SE는 IPO 이후 포르셰를 보다 강력하게 지배하며, 포르쉐·피에히 가문의 포르셰 지배력도 커진다.

아울러 폭스바겐AG는 IPO로 확보한 자금의 절반을 주주들에게 특별배당하기로 했는데, 포르쉐SE 입장에선 폭스바겐AG로부터 배당을 받고 포르셰의 ‘알짜’ 보통주를 매입하는 구조다. IPO로 포르셰의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게 된 배경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IPO를 통해 포르쉐·피에히 가문은 포르셰를 폭스바겐에 매각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포르셰에 대한 직접 영향력을 되찾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상장은 폭스바겐AG가 증시에 상장해 있는 상황에서 완전 자회사인 포르셰AG가 상장하는 것이라 모자 이중 상장이라는 문제가 있다. 포르셰의 상장이 폭스바겐AG의 기업 가치를 낮추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모기업이 물적분할(모회사가 주요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신설된 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는 제도)한 후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며 모기업 주주가 피해를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또 포르셰 CEO는 올리버 블루메인데, 현재 폭스바겐 CEO도 겸임하고 있다. 블루메 CEO는 “폭스바겐그룹 이사회에서 포르셰와 관련한 얘기가 논의되면 자리를 비우겠다”며 이중 역할 우려를 축소했지만, 거버넌스 관점에서 시장의 의구심이 많다. 경영 과정에서 양사 간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리차드 힐거트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포르셰는 지배구조 상 이해 상충 가능성이 있어, 일부 투자자들은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지침에 따라 포르셰 지분 소유를 제약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투자자 DWS의 거버넌스 전문가인 헨드릭 슈미트는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포르쉐의) 상장을 고집하는 것은 오직 회사에 대한 포르쉐·피에히 가문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르셰는 라이벌 페라리의 2015년 뉴욕 증시 상장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페라리 벤치마킹’이 증권 시장에서 쉽게 통하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페라리는 명품 브랜드의 일반적인 판매 전략을 따라 고가 스포츠카 판매에 집중하며 가격을 올리고 공급을 제한했지만, 포르셰는 저가 시장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브랜드 포지셔닝이 페라리와 꽤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포르셰는 슈퍼카 브랜드 중 이례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를 확대하며 소비자 층을 넓히고 있다. 포르셰 SUV ‘마칸’과 ‘카이엔’ 판매량은 포르셰 연간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포드가 50만달러(약 7억원)에 달하는 GT 슈퍼카를 만든다고 해도 아무도 포드를 명품 기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명품 여부는)브랜드에 접근하기 위한 최소 지불 금액이 얼마인지가 중요한데, 메르세데스-벤츠는 3만5000달러, 포르셰는 6만5000달러, 페라리는 25만달러로 (포르셰와 페라리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포르셰는 중기적으로 17~19%, 장기적으로 20% 이상 영업이익률을 목표로 하는데, 이 역시 페라리의 작년 영업이익률 2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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