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갱단이 장악" "생지옥 방불 전쟁터"…교민이 전한 무법천지 아이티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생필품 태부족에 전력 상황 불안…"사업체 운영 사실상 스톱"

교민 100여명 거주…대사관 철수 권고에 "쉽지 않아" 하소연도

연합뉴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붙 타는 장애물을 뒤로 한 채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시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심 주요 거리는 갱단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의류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한국 교민 A(56)씨는 요즘 공장 내 생산라인을 바라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평소 같으면 직원들로 북적였을 시간대에도 마치 그곳에 원래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한산해서다.

공장 안 고요함과는 대조적으로 문턱만 넘어가면 그러나 곧바로 살풍경이 펼쳐진다.

뜯기고 부서진 폭력의 상흔을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갱단들의 계속되는 유혈 다툼 속에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처럼 변한 아이티 현실에 대해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고 단순하지만 분명한 표현으로 설명했다.

아이티의 현실을 반영하듯 전화 연결이 자꾸 끊기는 통에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A씨는 "연료를 구할 수 없어 발전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전력 공급도 잘 안 되던 상태에서 이제는 아예 일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물을 길러 온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티에는 약 100여명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봉제, 섬유 가공, 프린팅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선교를 위해 이곳에 머무는 국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도미니카 공화국을 포함해 150명 넘는 현지인 직원을 두고 거의 30년째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A씨는 "낮에도 통행하기 어려워 식수 구하기조차 애로가 있다"며 "마트도 거의 문을 열지 않는데, 가끔 한두 곳은 갱단에 울며 겨자 먹기로 뒷돈을 주고 장사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티의 극심한 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혼돈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그간 심각한 연료 부족과 치솟는 물가에 항의하는 주민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수백 명의 사상자도 나왔다.

연합뉴스

엉망된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거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회 불안은 그러나 최근 몇 주 사이 갑자기 더 심각해졌다고 한다.

이달 초 정부가 연료비 인상을 골자로 한 경제 대책을 내놓으면서다. A씨는 "기름값을 올리겠다는 취지의 정부 발표가 성난 민심에 말 그대로 기름을 부었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붕괴한 치안 상황을 틈타 갱단이 횡행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 실제 갱단이 연루된 납치·성폭행 등 강력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이티를 겸임국으로 둔 주도미니카공화국 한국 대사관은 현재 아이티 사회 혼란이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교민들에게 "상황이 진전될 때까지 도미니카공화국이나 아이티와 가까운 이웃 나라로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교민들은 그러나 사업체 등을 그냥 두고 다른 나라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현재까지 교민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게 더 문제"라는 A씨는 유엔군 투입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현지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walde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