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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대법 “국가가 미군 기지촌 성매매 조장,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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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 관련 기자회견에 주한미군기지촌 성매매 피해 할머니들이 손팻말을 든 채 참가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가권력에 의해 여성인권이 유린되는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판부는 미군 위안부 제도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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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이 입은 피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가가 기지촌을 만들고 성매매를 조장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70여 년 만에 인정된 것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오전 이모씨 등 미군 기지촌 성매매 여성 9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씨 등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경기도 파주시와 평택시 등 미군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했다. 당시 국가가 군사 동맹과 외화 벌이를 위해 미군 기지촌 성매매를 조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성병을 이유로 불법 격리 수용을 당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성병에 걸린 미군이 자신과 성매매한 여성을 지목하면 상대 여성은 강제 격리되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씨 등 122명은 2014년 6월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해 피해를 입었다며 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중 57명을 피해자로 인정해 각 5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977년 8월 성병 감염자를 격리하는 전염병 예방법 시행 규칙이 생기기 전 57명을 수용한 것이 불법이라는 취지였다. 정부가 기지촌을 조성한 것은 공익적 목적이 있으며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보기 어려워 책임이 없다고 봤다.

2심은 원고 117명 모두에게 300만~7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기지촌을 운영했고 사실상 성매매를 조장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격리 수용과 관련된 일부 원고들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증액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국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및 성매매 정당화⋅조장 행위는 인권 존중 의무 등 마땅히 준수해야할 준칙과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기지촌 여성들은 국가의 위법 행위로 인격권과 존엄성을 침해당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법한 격리 수용 치료를 받은 일부 원고도 (성매매와) 별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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