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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반도체 불황에 韓 교역조건 17개월 연속 악화…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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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부진에 지난달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17개월 연속 악화되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반도체 가격 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크게 오른 영향이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무역수지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이달 1~20일 기준 무역수지는 41억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9월까지 6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 무역적자 장기화는 경기 불황의 전조로 여겨진다.

조선비즈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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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22년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물량지수는 122.43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 올랐다.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석탄및석유제품(39.6%), 운송장비(29.7%) 등 에 힘입어 수출물량지수도 상승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물량의 경우 28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면 화학제품(-1.9%)은 감소했다.

수입물량지수는 1년 전보다 13.4% 뛴 136.17을 기록했다. 지수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광산품(23.7%),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26.3%), 운송장비(53%) 등이 오른 영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8월 폭염 여파로 에너지 수입이 급증했고, 주요 산업에서 쓰는 기초 중간재인 반도체 수입이 늘어난 데다 승용차 수입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출금액지수는 22개월 연속, 수입금액지수는 21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금액지수와 수입금액지수는 136.84, 184.49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7.2%, 28.8%씩 올랐다.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82.49로 전년 동월 대비 10.3% 하락했다. 이는 사상 최저치다. 지난달 수입가격(13.6%)이 수출가격(2%)보다 크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지수도 떨어졌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17개월 연속 하락세다.

서정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품 가격 하락은 순상품교역조건의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반도체 가격 약세와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수출품 가격이 조금 더 떨어지면서 그 효과가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0 이하라는 것은 수입품에 비해 수출품이 상대적으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이달 1~20일 기준 무역수지도 41억5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달러로 불어나면서 이달 중 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연말로 갈수록 무역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와 비교해 15~2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D램 가격은 13~18%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연말로 갈수록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빠르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도 10월에 마이너스(-)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8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가뜩이나 1400원을 넘어 고공행진 중인 환율을 더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하락한 100.99로 집계됐다. 수출물량지수가 5.1% 올랐으나,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3% 내린 영향이다.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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