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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대법 “퇴직 후 재채용,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에 해당... 이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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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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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의 선택사항으로 ‘퇴직 이후 이뤄지는 재채용’일 경우, 근로관계 종료 후에 이뤄지더라도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채용이 이행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9일 퇴직 은행원 이모씨와 남모씨 등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고용의무를 이행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각각 확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임금피크제에 따라 정년 근무를 할지 별정직(계약직) 채용을 골자로 한 특별퇴직을 할지 선택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1년 뒤부터 해당 제도에 대한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노사 합의를 거쳐 2009년 특별퇴직 선택 시 별정직으로 재채용돼 만 58세까지 월 200만원을 받는 내용이 포함된 개선안이 시행됐다.

합병 전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한 이씨 등 퇴직 은행원들은 지난 2015년 하반기를 앞두고 임금피크제 적용 나이인 만 56세가 되면서 ‘특별퇴직’을 선택했다. 13차례의 특별퇴직이 이뤄지는 동안 정직자·불희망자 등을 제외한 근로자들이 별정직으로 채용됐지만, 2015년 11월 퇴직한 남씨 등과 2016년 5월 퇴직한 이씨 등이 인사상 기준 미달을 이유로 재채용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씨 등은 “하나은행이 별정직 재채용 의무를 불이행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하나은행이 “재채용 신청 기회만 부여하는 것이지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사건의 쟁점은 ▲특별퇴직 합의에 별정직 고용체결 포함 여부 ▲원고에 재채용 기대권이 있는지 ▲특별퇴직을 선택한 이들을 회사가 재채용할 의무가 있는지 등으로 꼽혔다.

당초 이 사건은 이씨 등 4명이 제기한 소송과 남씨 등 79명이 낸 소송 두 갈래로 진행됐는데, 1심에선 판단이 각각 갈렸다. 이씨 등 사건의 재판부가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제에 따른 재채용 부분은 별정직 재채용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고 의무까지 부과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남씨 등의 사건 재판부는 “재채용 부분이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지만, 특별퇴직 합의의 해석상 하나은행에게 재채용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특별퇴직을 한 다음 날부터 남씨 등이 만 58세가 되는 날까지 재채용 의무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두 사건의 2심에서는 모두 “하나은행에 재채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씨 등 사건의 2심 재판부는 “노사 합의에 따른 개정안에서 재채용 신청 기회만 부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남씨 사건에서는 “재채용 기대권을 이유로 임금을 청구할 수 없지만, 하나은행의 재채용 의무는 인정된다”며 “이에 따라 이 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만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우선 취업규칙상 근로조건 등은 근로관계 존속을 전제로 하지만,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돼 근로자 대우에 관한 사항일 경우 종료된 것이더라도 취업규칙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특별퇴직 관련 재채용이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의 선택사항으로 특별퇴직을 시행할 때 자발적 퇴직 유도를 위해 재채용 조건을 부여하는 경우 근로자는 재채용 조건이 근로조건에 해당해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하급심에서 계류 중인 유사 사건들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지환 기자 (j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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