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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PET | 소유 공격성...“애쓰지 않아도 이건 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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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는 집도 보호자도 있지만 종일 거리를 배회하는 개다. 간식을 몇 번 주었더니 멀리서도 나를 알아보고 달려와 머리를 쓰다듬으라며 들이민다. 얼마 전 웅이가 먹다 떨어뜨린 간식을 주워 주다가 물릴 뻔해 크게 놀랐다. 웅이는 먹이에 대한 ‘소유 공격성’이 강한 아이였던 것이다.

시티라이프

‘소유 공격성’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는 ‘resource guarding’이다. 한글로는 ‘공격성’이라는 단어 때문에 곧장 문제 행동을 연상하지만, 실제로는 단어 그대로 한정된 자원을 지키려는 생리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데 야생이 아닌 가정에서 양육되는 요즘은 소유 공격성이 반려인의 잘못된 놀이나 훈련 방법에서 기인하고 또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쨌거나 자기 것을 지키려는 의지가 위협적인 공격성으로까지 나타난다면, 서로의 안전을 위해 반려견의 긴장을 낮추고 ‘반려인의 손=빼앗긴다’는 사고의 연결 고리를 끊어 줘야 한다. 반려견이 지키려는 대상에 따른 공격성과 그것을 완화시키는 훈련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반려견이 ‘먹이’에 소유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다. 먹이는 생존과 직결된 것으로 다른 대상보다 더 강한 집착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럴 때는 ‘너의 먹이에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공간이나 빼앗길 염려가 없는 안심되는 자리에 밥그릇을 놓아 주면 된다. 다견 가정이라면 서로의 시야가 가려지는 곳에서 따로 밥을 줘야 한다. 또 반려인의 손과 연관된 이미지를 ‘회수’가 아닌 ‘제공’으로 바꾸기 위해 사료나 간식을 손바닥 위에 올려서 주는 핸드 피딩(hand feeding)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건’에 보이는 소유 공격성은 먹이보다는 후천적인 이유가 크다. 어릴 때 애착 인형이나 반려인의 양말을 지키려고 으르릉거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자꾸 뺏으려는 장난을 쳤다면, 개로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부정적인 기억을 쌓을 수밖에. 이럴 때는 ‘백 채이닝(back chaining)’을 시도해 보자. 물건을 회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응을 둔감화시키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간식으로 훈련을 시작한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기다려’를 명령하고 간식을 바닥에 떨어뜨린 뒤 곧바로 회수했다가 잘 기다린 반려견을 칭찬하며 회수한 간식을 던져 준다. 초기에는 물건을 바닥에 두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훈련을 거듭하면서는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며 훈련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굳이 공격해서 지키지 않아도 보호자가 와서 준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간식 훈련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애착 물건으로 훈련하자. 역시 회수했다가 다시 되돌려 주는 것이 포인트다. 만일 건강에 해롭거나 위험한 물건을 소유하려 공격성을 보인다면, 테니스 라켓 등을 사용해 물건을 회수하고 물건과 반려견 사이를 가로막고 헌다. 반려견의 시야에서 물건이 보이지 않게 해야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 뿐더러 반려견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소유 공격성도 다반사다. TV 프로그램에서도 가족들 가운데 특정인에게 집착해 다른 가족이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장면을 종종 본다. 이 역시 자신이 아끼는 존재는 지키려는 행동이다. 그럴 상황에서는 집착 대상인 사람이 반려견 곁을 떠나 자리를 이동하거나, 소파에서 그런 일이 있다면 반려견을 바로 소파 아래로 내려놓는다. 블로킹(blocking)을 통해 ‘나를 지키려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너의 행동이 불편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하우스 교육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쉬는 연습을 시키면 소유 공격성과 분리불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모든 훈련은 짧게 그리고 반복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매번 마무리는 한결같다. 규칙적인 산책으로 생활 스트레스를 낮추고 넘치는 에너지를 충분히 해소하는 것이 모든 문제 행동의 일차적 해결 방안이라는 점.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8호 (22.10.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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