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춤추는 대파·보조개 사과’ 잘 나가네···고물가 속 못난이 농산물 불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11번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주부 A씨(45)는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일부러 흠집이 있는 농산물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는다. A씨는 “찌개에 들어가는 채소라 모양이 고르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일반 상품과 비교해 맛과 품질에 차이가 없고 가격도 30% 가량 저렴해 없는 살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상품성이 없어 폐기됐던 ‘못난이(B급)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춤추는(구부러진) 대파’ ‘보조개(패인) 사과’ 등 개성 있게 자라난 농산물이 애물단지라는 오명을 벗고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주목받고 있다.

11번가는 이달 들어 25일까지 B급 농산물을 모은 가성비 브랜드 ‘어글리 러블리’ 거래액이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고 29일 밝혔다. 어글리 러블리는 재배 과정에서 흠집이 나거나 모양과 색깔이 고르지 못한 못난이 농산물들을 모아 선보이는 11번가의 생산자 협력 브랜드다.

판매 품목은 2020년 참외 등 8종에서 시작했으나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현재 29개로 늘어났다. 가격은 일반 상품보다 평균 20~30% 저렴하다. 11번가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고객들의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소 브랜드와의 협업 스토리도 고객들이 찾는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11번가 외에도 SSG닷컴과 위메프, 티몬 등의 e커머스에서는 못난이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코너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쇼핑몰(버티컬 커머스)도 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못난이 상품이 매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지역 농가와 협력한 못난이 상품을 ‘상생과일’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다. 맛과 품질은 같지만 다소 작고 흠집이 있는 B+급 상품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8일 기준 누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0% 신장했다.

롯데마트는 “상생과일 인기에 힘입어 농산물을 비롯한 가공식품 등으로도 못난이 상품을 개발해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에서도 모양과 크기가 일반 상품과 다르지만, 품질에는 이상이 없는 무와 양파, 감자 등의 농산물을 20%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못난이 상품을 찾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날 발표한 국민 1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물가와 빚 부담에 하반기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생활 물가 상승 속 실질 구매력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못난이 상품 판매가 이벤트로 진행됐는데 올해부터는 일부 집객 효과가 나타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거워 상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심리 악화를 반전시킬 요인이 없어 농산물을 비롯한 B급 상품 경쟁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