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위원장의 이런 제안만 놓고 보면 정국 경색을 풀고 협치 가동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게 한다. 집권당 대표가, 그것도 대통령 임기 초에 개헌 논의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 것도 평가할 만하다. 개헌논의 자체가 국정의 중심을 대통령에서 국회로 옮겨놓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힘을 빼는 이슈이기에 역대 집권 세력 대부분이 임기 초 개헌에 반대 내지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대표는 "올해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국회 내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연동형 비례대표 확대 등 선거법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정 위원장이 이 대표의 제안에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교섭단체 대표연설 |
두 달 전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건설적 대안 제시 없이 국정 난맥상을 두고 '네 탓' 공방만 펼쳐 정치 혐오증을 키웠다. 이후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정국은 '비호감 대선'의 연장전 양상으로 흘러오고 있다. 최근엔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 중 비속어 논란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정국 파열음을 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 대표와 정 위원장이 앞다퉈 민생 우선을 외치며 '담대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나섰다. 그러니 상대에 대한 형식적 인사치레나 '아니면 말고' 식의 말의 성찬이 아니냐는 냉소만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양당 공히 상대의 파격 제안에 일절 반응 없이 비난만 쏟아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가 처한 현실이 이렇게 암담하지만, 국민은 북한의 핵 위협 속에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복합위기에 짓눌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양측 모두 어떠한 전제나 조건을 달지 않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개헌만 하더라도 오랜 여론 수렴과 국회 내 논의를 통해 여러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된 터여서 여야 합의만 이뤄지면 언제든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싸우면서도 대화한다'는 게 우리 의회의 전통이다. 특히 여당은 국회 절대 과반수인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않고선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논의의 장이 마련된다면 정 위원장의 제안대로 이견과 쟁점이 적은 민생 법안부터 올려놓고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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