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지난 6~7월 유족 측과 국가정보원,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하면서 노 전 실장, 이 전 장관을 이미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이번 고발은 이씨의 유족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으로,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노 전 실장, 이 전 장관, 김 전 청장 역시 ‘월북 조작’의 피의자로서 마땅히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유족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유족 측은 오는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직접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오른쪽)와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가 오는 6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 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고발장 제출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두 사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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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노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밤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첩보를 보고받고 이튿날 오전 1시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인영 전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같은 날 아침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면보고 전까지 수차례 더 열렸다.
검찰은 노 전 실장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 사망과 관련한 군 첩보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씨 사망 사실을 은폐하는 한편, 이씨가 자진 월북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취지로 사실관계를 조작하고자 모의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홍희 전 청장이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가 발견된 위치, 사망 첩보 등을 공유 받고도 연평도 인근에 투입된 해경 수색팀에 전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캐고 있다.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앞줄 왼쪽)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앞줄 오른쪽). 사진은 2019년 7월 23일 이 전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문재인 대통령 초청 오찬간담회 참석하기 위해 노 전 실장과 함께 청와대 인왕실로 향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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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당시 회의 참석자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첩보 분석에 시간이 소요됐고 ▶관련 첩보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으며 ▶월북 정황을 보여주는 근거가 있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전 청장도 당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첩보 등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서 간부들과만 공유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감청첩보를 토대로 보고된 군 특수정보(SI)는 신중하게 보면서도 월북 정황은 신속히 판단해 ‘자진 월북’으로 규정한 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감사원이 지난달 28일 같은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하면서 검찰 수사 범위도 확대될지 주목된다. 감사원은 지난 7월부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국방부·해양수산부·통일부·외교부·국정원·합동참모본부·해경·해군본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9개 기관에 대해 실지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할 경우 실제 검찰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 밖에 유족 측도 핵심 피고발인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시점에 맞춰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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