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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무역협회 “미·중 무역, 규모는 확대…상호 의존도는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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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미·중 무역전쟁 4년 분석

지난해 美·中 간 무역 규모 6915억달러…사상 최대

미국 무역 내 中 비중 14.7%…중국 역시 美 비중↓

“미국이 中 기술 발전 지연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상호 의존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양국 간 무역 규모 자체는 커졌다.

7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미·중 무역전쟁 4년 경과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간 무역 규모는 6915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로써 양국 간 무역 규모는 2018년 6823억달러를 기록한 후 2019년 5758억달러, 2020년 5789억달러 등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미·중 간 무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3647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무역 갈등 속 상호 무역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6.6%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16.0%, 2019년 13.7%, 2020년 15.1%, 2021년 14.7%로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엔 13.5%에 그쳤다.

이와 동시에 중국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7년 14.3%에서 2018년 13.7%, 2019년 11.8%, 2020년 12.6%, 2021년 12.5%까지 줄었다. 올해 상반기엔 12.5%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데일리

(표=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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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양국 간 무역 규모 증가에도 상호 무역 비중이 줄어든 요인으로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을 꼽았다. 이에 따른 다양한 무역 제재가 미·중 무역 탈동조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보고서 판단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4차례에 걸쳐 3600억달러 규모의 대중(對中) 수입에 최대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화웨이 등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등재해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했다. 또 중국산 통신장비와 전력 장비를 제재하고,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등을 발효하는 등 대중 제재에도 나섰다.

중국 역시 13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수입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수출통제 리스트와 유사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자국 체제와 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 또는 기업을 제재하고자 수출통제법, 외국법의 부당 역외적용 방지법, 반외국제재법 등도 도입했다.

직접 수출입을 통제한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제재 효과가 미미하자 불매운동, 비관세장벽 등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의 거래 제한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중 양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양국 상호 무역 비중을 감소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규모 세제지원을 약속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배터리의 북미 지역 내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미국은 인도 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고, 참여국과의 공급망 재편·통상규범을 제정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협상을 주도했으며, 한국·일본·대만을 대상으로 칩4(Chip4) 동맹을 제안하는 동시에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목표로 11개국이 참여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쉽(MSP)도 구성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쌍순환 전략을 제시하며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강조하고는 있지만, 경제정책 방점은 수출에서 내수로 이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내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는 핵심 부품과 소재 자급률을 2020년 40%에서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핵심 자원 확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데일리

(표=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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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미국의 대중 견제가 이어지겠지만, 미국 외의 국가와 글로벌 기업의 시각에서 중국 위상이 급격히 축소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당장 미국 칩4 동맹의 한국·일본·대만 모두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돌고, 전 세계 수입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반격에 나서면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생산거점이고, 시장 규모와 성장성 면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미·중 간 무역 탈동조화가 이어지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중국의 기술 발전과 성장을 지연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경제 안보,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같은 개념이 새로운 통상질서로 부상하면서 미·중 상호 무역 비중 감소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 미·중 무역은 규모 변화보다 거래 분야와 질적인 변화가 더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의 대응 전략 모색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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