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을지로 사옥의 모습. /케이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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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는 이르면 11월 말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제시할 예정인데, 시가총액이 당초 재무적투자자(FI)들이 기대했던 7조~8조원은 물론 2조원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커지자 상장 시기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상장 기한인 내년 3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카카오뱅크 PBR 1배까지 떨어진다면…케이뱅크 적용 시 몸값 2조도 안 돼
카카오뱅크 주가는 케이뱅크의 몸값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1호 인터넷 은행이다. 케이뱅크가 비교기업에서 카카오뱅크를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에는 국내에 비교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브라질 ‘누뱅크’ 등 외국계 인터넷 은행들의 평균 밸류에이션을 적용했지만, 케이뱅크의 경우에는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공모가 밴드의 적정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제외하고 다른 외국계 기업들을 비교기업으로 가져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케이뱅크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연동을 제외하면 카카오뱅크보다 뛰어난 부분이 딱히 없는데 금융감독원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그것을 인정해줄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케이뱅크는 비이자 이익이 정체돼있고 ROE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으며, 은행업의 틀을 벗어나 높은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상장시 다른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되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상장 당시 북밸류(장부가치=순자산)를 기반으로 한 주가순자산비율(PBR) 방식을 사용했다. 자본총계(2조8500억원)에 외국계 비교기업 4개사의 평균 PBR 7.3배를 곱했다. 여기에 공모 자금 유입액 2조1600억원을 더해 할인 전 기업가치를 약 23조원으로 산정했으며, 18.8~31.3%의 할인율을 적용해 시가총액을 최대 18조원대로 잡았다.
케이뱅크도 카카오뱅크와 동일한 기준으로 상장한다면 시총 10조원 이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1조7356억원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가 적용했던 PBR을 곱하면 12조7000억원이 되며, 공모금액이 2조원이라고 가정한다면 할인 전 기업가치는 14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할인율을 20%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상장 후 시총은 11조8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현재 시총은 8조원에도 못 미친다. 15일 발생한 경기 성남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17일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이날 카카오뱅크의 종가 기준 시총은 약 7조9000억원이다. 자본총계가 5조56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PBR은 1.42배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카카오 그룹의 독점 문제에 개입하겠다고 시사한 만큼, 향후 카카오 계열사들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기술주 하락이 계속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PBR은 1배 안팎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케이뱅크에 적용한다면 시총은 2조원에도 못 미친다.
서울 여의도 카카오뱅크 사무실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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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들, 케이뱅크 시총 보수적으로 3조~4조 추산…상장 미룰 가능성도
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FI들은 케이뱅크의 시총을 최소 3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당초 7~8조원을 기대했으나, ‘최악의 경우’ 절반 수준인 3조~4조원대에 상장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만약 케이뱅크가 시총 8조원에 상장한다면, 지난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2배가 넘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작년 7월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JS프라이빗에쿼티(PE) 등 FI들과 컴투스는 1주당 액면가(5000원)보다 30% 비싼 6500원을 주고 1조2500억원 규모 프리(pre)-IPO 투자에 참여했다.
케이뱅크는 신주 9300만주를 더 발행해 총 4억6869만5151주를 상장시킬 예정이다. 시총 8조원을 전체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가격은 약 1만7000원이다. 따라서 MBK파트너스 등은 주당 2.6배의 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케이뱅크가 3조원에 상장한다면, 이들 FI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3조원을 전체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가격은 6400원이 된다. 지난해 참여한 FI들의 주당 매입 가격(6500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케이뱅크의 FI 및 상장 주관사들은 11월 말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상장 절차는 증권신고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의 작성일로부터 135일 안에 모두 마무리돼야 한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가 상반기 재무 실적을 갖고 상장하려면 공모금이 11월 12일까지는 납입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상반기가 아닌 3분기 검토보고서를 확인한 후 11월 말~12월 초는 돼야 증권신고서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상장을 다음 기회로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프리IPO 투자 당시 조건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2026년까지 상장 작업을 완료하면 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대주주인 BC카드가 콜옵션을 행사해 FI의 보유 지분을 매수한다는 ‘드래그얼롱-콜옵션’을 체결한 상태다.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PE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9월 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내년 3월까지 상장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그 전에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만큼, 벌써부터 미리 IPO 철회 여부를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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