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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의체 구성해 이중구조 개선…떠난 일손 되돌리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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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 초격차 확보전략]

정부 '조선산업 격차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 발표

상생협의체 통해 표준하도급 계약서-결제조건 등 개선

전문가 "협약 이행 위해선 협의체에 하청 근로자 포함해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주요 조선사와 협력업체들이 참여한 ‘상생협의체’를 구성한다. 하도급 구조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업황 악화로 조선사를 떠난 일손을 다시 되돌린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작 상생협의체 내에 근로자들이 배제된데다 이미 취약계층으로 전락한 하청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임금인상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들이 빠져 떠난 일손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선산업 격차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우리 조선업은 세계 1위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지만, 앞선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에서 드러난 것처럼 하청 근로자의 취약계층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하청 근로자 임금은 원청의 50~70%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실제 배를 만드는 이들은 하청 근로자다. 조선업 하청은 전체 생산직 7만명 중 70%를 차지하는 4만8000명이며, 직접생산인력 5만1000명 중 80%에 달하는 4만명이다. 이러다보니 조선업의 소속외 근로자 비중은 62.3%로 전산업 평균(17.9%)의 3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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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 7월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도크) 화물창 바닥에 스스로 용접한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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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의체’다. 오는 11월부터 주요 조선사와 협력업체, 정부, 전문가, 지자체 등이 참여해 협의체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조선업 표준하도급 계약서 개선,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 의무화 등 제도 개선에 나선다. 또 내년부터 고용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하도급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전날 사전브리핑을 통해 “내년 1분기 안에 실천협약을 체결, 이를 토대로 내년 연말까지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를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실천협약의 주요 내용은 조선업 내일채움공제 지원 인원·시행지역 확대, 채용사다리 제도 복원, 기업별 공동근로복지기금에 대한 정부 매칭지원 확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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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실천협약이 순조롭게 추진되느냐다. 당장 주요 조선사들이 2년 이상 근무한 하청근로자에게 원청 정규직 전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채용사다리 제도를 복원하는 것은 원청의 자율에 달린 문제인데다 그 대상도 소수에 그친다. 자치단체 공모사업으로 지원하는 조선업 내일채움공제도 시행 지역을 올해 울산, 거제, 영암·해남에서 내년부터 통영, 고성, 군산, 부산을 추가해 대상을 1175명에서 2080명으로 늘리지만, 정작 내년 정부 지원 예산은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81억원(올해 26억1000만원)에 그친다. 정부는 외국인력(E-9)을 조선업에 최우선 배정하고 특별연장근로 활용가능기간도 90일에서 180일로 연장키로 했지만, ‘땜질’ 처방이란 비판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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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엔 하청 근로자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조선업 체불액은 지난 2019년 322억원에서 2021년 420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4년 간 우리나라 제조업 체불액의 7.3%가 조선업이었다. 정부는 조선업체 협력업체 밀집 지방관서에 체불 동향 모니터링 전담자를 지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에스크로 제도 확산도 유도할 계획이다. 이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기성금을 제3자(에스크로 사업자)에게 예치한 후 하청업체가 급여내역서를 작성·통보하면 에스크로 계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계좌로 급여를 바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협의체를 구성해 현재 건설업에만 적용되는 산업안전관리비 편성·반영 기준을 조선업에도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마련한 상생협의체 실천 협약의 이행이 담보되려면 장기적으로는 협의체 내에 당사자인 하청 근로자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간기업의 임금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대화의 틀을 마련해준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근로자도 포함해서 실질적으로 조선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같이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향후 5년간 매년 추진상황을 모니터링해 계속 수정·보완해나갈 것”이라며 “업종별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첫 시도인 만큼 성공적인 상생협력 모델이 구축되고 안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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