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7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마약 사범이 연소화되고, 초범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유관기관은 물론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해서 기민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가 국제치안산업대전을 방문해 '보이는 112'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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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대검찰청에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의 확고한 지위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범죄와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한 지 일주일 만에 윤 대통령이 직접 유관기관의 협력을 언급하며 이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수사권 조정 이슈 등으로 관계가 편치 않은 검찰과 경찰이 마약 수사를 매개로 공조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구(舊) 여권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법질서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곳곳의 법질서를 바로 세울 때 비로소 국민들께서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란 말로 경찰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은 우리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자유의 기본 바탕”이라며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질서는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범죄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아동에 대한 범죄, 스토킹 범죄에 대해 국가가 더 신속하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참석 전 순직 경찰 유가족, 우수 현장 경찰관 등과 사전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선거기간 '국정을 맡게 되면 제복 입은 공직자들을 존중하고 예우하는데 한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경찰의 긍지와 자부심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말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1945년 해방 직후 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에 경찰이 출범해 사회 혼란을 수습했다”는 말도 했는데, 기념식 축사에도 같은 내용을 즉석에서 반영했다.
기념식을 마친 뒤 국제치안산업대전 부스를 관람한 윤 대통령은 재난 안전 통신망을 활용해 울릉도ㆍ가거도ㆍ마라도ㆍ독도에서 근무 중인 경찰들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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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지난 8월 1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해 여경 간담회 등을 한 바 있다. 국제치안산업대전 부스를 둘러본 김 여사는 경찰관이 보낸 문자로 접속하면 신고자의 위치와 현장 상황을 실시간 전송하는 ‘보이는 112’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데이트 폭력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김 여사는 "사회적 약자에게 '보이는 112' 서비스의 홍보가 많이 이뤄져 위급 상황에서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주째 20%대에 머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 ‘잘 못 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65%였다. 지난주 대비 긍정 평가는 1%포인트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2%포인트 올랐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를 꼽은 이가 14%로 가장 많았고, ‘경제ㆍ민생 살피지 않음’과 ‘경험ㆍ자질 부족/무능함’이 각각 10%,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8%, ‘독단적/일방적’ 6% 순이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국방/안보’ 13%. ‘전반적으로 잘한다’ 7%, ‘전 정권 극복’ 6%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3%로 같았다. 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5%포인트 떨어졌고, 국민의힘은 1%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국정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은 2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주목하고 있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면서도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법과 질서가 준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지만, 헌정질서를 흔드는 일들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회를 “반헌법적 대선 불복 집회”라고 규정한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지금 집회를 주도하는 건 이른바 전문 시위꾼들로, 야권의 주류세력이 합류한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양쪽 다 지지세가 결집하기 시작한 국면”이라며 “향후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양태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회에서의 여야 간, 거리에서의 양 진영 간 갈등이 치솟는 중에 윤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건 5월 16일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두 번째다.
검찰의 칼끝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하면서 민주당에선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거세다"(진성준 수석부대표)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외부 상황과 무관하게 국회는 민생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자 국회의 의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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