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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면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70만명에 육박한다. 국내 불면증 환자가 400만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 노인 인구의 증가, 약물이나 카페인 섭취 증가 등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원인 하나가 더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다. 지금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약'이 근본적 치료법이 아니라는 의료계 조언도 있다. 즉각적 효과는 보기 어렵겠지만, 불면증의 원인을 파악해 생활습관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유입 전이던 2019년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63만명이었다. 이후 환자 수는 코로나19 유입 첫해인 2020년 65만명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68만명이 됐다.
2019년 전에도 불면증 환자는 꾸준히 늘었다. 불면증의 주요 원인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불면증에 취약한 노인 인구도 늘었으며 카페인과 각종 약물 섭취 증가도 꾸준한 불면증 환자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추가 연구가 필요할 테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불면증 인구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일반 성인에 비해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3.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 교수팀(송인애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윤 교수)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코로나19와 불면증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면증 유병률이 증가했다는 조사가 발표되며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그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불면증 환자가 급증하고 한국도 평균 대비 5.78%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음에도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사회 간접적인 영향으로 파악해왔다.
그러나 오탁규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코로나19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코로나19와 불면증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밝혔다. 오 교수팀은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코로나 PCR 검사를 받은 성인 30만 명(양성 7000명)을 대상으로 Δ성별 Δ연령대 Δ정신질환 등 다양한 변수를 사용해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불면증 유병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불면증을 겪을 확률이 3.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는 위험도가 여성에서 3.5배, 40-50대에서 4.2배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 정신질환이 없거나 동반질환지수(점수가 높을수록 기저질환 악화를 의미)가 낮은 환자일수록 확진에 따른 불면증 증감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면증 발병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오 교수는 밝혔다. 고령, 정신질환, 동반질환지수 3 이상의 환자들은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불면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낮은 반면, 젊거나 건강한 사람일수록 위험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법은 없을까. 의료 전문가들은 불면증이 인구 20%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닌 수면유도제 등의 약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면증을 방치하면 신체적 질환까지 생긴다. 우울증 등 기존에 앓았던 질병이 재발할 위험이 높아진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다. 수면 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른 수면장애와 증상이 헷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약물에 의존하다보면 약물 의존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불면증 역시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불면증에 영향을 줄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한수면의학회가 권장하는 수면습관은 낮잠을 피하는 것이다. 또 초저녁의 과도한 운동은 흥분을 일으켜 수면을 방해하므로 주의한다. 야식을 먹거나 저녁에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도 수면을 방해한다. 잠들기 전에 온수로 목욕하면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만들고, 스마트폰은 최대한 멀리 둔다.
이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낮잠이나 잠자리에 오래 누워있는 경우, 일찍부터 억지로 잠을 자려고 시도하면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잠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 졸리기 전에는 눕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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