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내부 문건 입수
<앵커>
이태원 사고가 나고 이틀 뒤인 어제(31일) 경찰청이 시민단체와 언론, 그리고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정리한 내부 문건을 저희 취재진이 입수했습니다. 그 문건에는 진보 성향 단체가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라는 내용과 함께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장민성 기자입니다.
<장민성 기자>
지난달 31일 작성된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경찰청 문건입니다.
특별취급이라는 굵은 글씨 아래 대외 공개와 다른 기관 전파를 금지했습니다.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며 내부적으로 긴급 회의 등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적었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사망자 중 여성이 많았던 점을 거론하며 앞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고 적시했습니다.
전국민중행동은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세월호 관련 인권단체 항목에서는 피해자 가족 측 입장을 대변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는 관계자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밖으로 공개된 성명이나 발표를 정리한 것에서 나아가 진보, 보수단체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한 정황들입니다.
'온라인 특이 여론'이라는 주제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면서 정부 책임 관련 보도량이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정부 조치가 부족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이용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고 양론을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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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건에는 정부의 앞으로 대응 방안에 대한 경찰청의 의견도 들어 있습니다. 국민 성금을 모으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김학휘 기자>
정책 참고 자료 첫 번째 주제는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입니다.
향후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될 소지가 있다며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와 치료비, 보상금과 관련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이를 위해 국민 애도 분위기 속 성금 모금을 검토하고 정부도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자체 실무자들 반응을 담았습니다.
지난 2014년, 16명이 숨진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사례를 들며 보상 문제는 외부인 참여가 늘어날수록 협의가 어려워진다, 초기에 가족 대표를 정해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경찰은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세월호 당시 여당 의원의 '교통사고 발언' 등이 이슈화되며 비난에 직면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처럼 "대통령 보고 시각, 지시 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각 부처 브리핑 등에서 논란을 일으킬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핵심 메시지만 간결하게 발표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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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학휘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누가, 어떤 이유로 작성?
[김학휘 기자 : SBS가 입수한 이 문건은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건의 수신처에서 다른 기관으로 재전파 금지를 명시한 만큼 대통령실 등 상급 기관에 보고하기 위한 문건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청은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배포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Q. 법적 문제는 없나?
[김학휘 기자 :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이 정보를 수집하고 작성, 배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경찰의 사찰이 문제가 되면서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면 안 된다 등 정보 수집 범위가 대통령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이번 문건을 규정과 비교하면 합법, 불법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명백한 정치 관여, 확실한 사생활 침해가 문건만으로는 확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Q. 정보 수집 목적은 정당?
[김학휘 기자 : 경찰관 집무집행법 대통령령에는 경찰관의 정보 수집 목적을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문건을 보면 제목만으로도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이 필요,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와 같이 정부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합니다. 특히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시민단체 관계자와 직접 접촉해 내부 동향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또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해서"였다는 경찰 해명을 따른다고 해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정보 수집을 더 치밀하게 했어야지 사후에 정권 입장에서 사고를 '관리'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만 열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것 같습니다.]
※ SBS가 단독 입수한 '경찰청 정책 참고 자료'를 SBS뉴스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이 자료를 인용해 보도할 때는 출처 'SBS 뉴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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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성, 김학휘 기자(m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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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가 나고 이틀 뒤인 어제(31일) 경찰청이 시민단체와 언론, 그리고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정리한 내부 문건을 저희 취재진이 입수했습니다. 그 문건에는 진보 성향 단체가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라는 내용과 함께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장민성 기자입니다.
<장민성 기자>
지난달 31일 작성된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경찰청 문건입니다.
특별취급이라는 굵은 글씨 아래 대외 공개와 다른 기관 전파를 금지했습니다.
5가지 주제 가운데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부분입니다.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며 내부적으로 긴급 회의 등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적었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사망자 중 여성이 많았던 점을 거론하며 앞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고 적시했습니다.
전국민중행동은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세월호 관련 인권단체 항목에서는 피해자 가족 측 입장을 대변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는 관계자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보수단체 동향에는, 이태원 참사 당일 도심 촛불집회 참석자 다수가 이태원에 합류했을 것이라며 촛불행동 측 책임을 주장할 것이라는 보수단체 활동가의 말이 포함됐습니다.
밖으로 공개된 성명이나 발표를 정리한 것에서 나아가 진보, 보수단체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한 정황들입니다.
'온라인 특이 여론'이라는 주제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면서 정부 책임 관련 보도량이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정부 조치가 부족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이용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고 양론을 분석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양지훈,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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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건에는 정부의 앞으로 대응 방안에 대한 경찰청의 의견도 들어 있습니다. 국민 성금을 모으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김학휘 기자입니다.
<김학휘 기자>
정책 참고 자료 첫 번째 주제는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입니다.
향후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될 소지가 있다며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와 치료비, 보상금과 관련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이를 위해 국민 애도 분위기 속 성금 모금을 검토하고 정부도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자체 실무자들 반응을 담았습니다.
지난 2014년, 16명이 숨진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사례를 들며 보상 문제는 외부인 참여가 늘어날수록 협의가 어려워진다, 초기에 가족 대표를 정해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경찰은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세월호 당시 여당 의원의 '교통사고 발언' 등이 이슈화되며 비난에 직면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처럼 "대통령 보고 시각, 지시 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각 부처 브리핑 등에서 논란을 일으킬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핵심 메시지만 간결하게 발표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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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학휘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누가, 어떤 이유로 작성?
[김학휘 기자 : SBS가 입수한 이 문건은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건의 수신처에서 다른 기관으로 재전파 금지를 명시한 만큼 대통령실 등 상급 기관에 보고하기 위한 문건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청은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배포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Q. 법적 문제는 없나?
[김학휘 기자 :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이 정보를 수집하고 작성, 배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경찰의 사찰이 문제가 되면서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면 안 된다 등 정보 수집 범위가 대통령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이번 문건을 규정과 비교하면 합법, 불법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명백한 정치 관여, 확실한 사생활 침해가 문건만으로는 확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Q. 정보 수집 목적은 정당?
[김학휘 기자 : 경찰관 집무집행법 대통령령에는 경찰관의 정보 수집 목적을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문건을 보면 제목만으로도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이 필요,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와 같이 정부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합니다. 특히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시민단체 관계자와 직접 접촉해 내부 동향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또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해서"였다는 경찰 해명을 따른다고 해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정보 수집을 더 치밀하게 했어야지 사후에 정권 입장에서 사고를 '관리'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만 열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것 같습니다.]
※ SBS가 단독 입수한 '경찰청 정책 참고 자료'를 SBS뉴스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이 자료를 인용해 보도할 때는 출처 'SBS 뉴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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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성, 김학휘 기자(m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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