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건강을 위해선 육식보다 채식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고기엔 포화지방·콜레스테롤이 많고 고기 칼로리가 높아 건강에 해로울 것이란 인식에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고기는 성장기부터 노년기까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골고루 갖춰 ‘천연 종합영양제’로 평가받는다. 단, 고기를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건강을 증진할 수도, 질병을 부를 수도 있다. 고기를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와 ‘건강한 육식’ 방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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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식물성 단백질로는 채울 수 없는 ‘필수아미노산’이 동물성 단백질엔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20여 가지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데, 아미노산 중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따로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이 필수아미노산이다. 필수아미노산은 총 9종이다. 식물성 단백질엔 필수아미노산이 다양하지 않다. 단백질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콩에도 필수아미노산 1종(메티오닌)이 부족하다. 반면에 소고기·돼지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엔 9종의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돼 있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먹을 때 소고기의 단백질이 콩 단백질보다 근육·호르몬 등을 더 잘 만든다는 얘기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든 동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 근육을 효과적으로 생성·유지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동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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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적게 먹는 노인 낙상 위험 높아져
둘째, 비타민B12가 동물성 식품엔 풍부한데 식물성 식품엔 없거나 극히 적다. 비타민B12는 적혈구를 만드는 중요한 성분으로, 신경계 기능에 작용한다.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빈혈, 무기력감, 기억력 감퇴를 부르고 신경계 이상을 초래해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기를 기피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하는 사람 가운데 무기력증이 잘 발생한다면 비타민B12 부족을 의심할 수 있다. 박경희 교수는 “특히 노인이 고기를 멀리하면 빈혈과 이로 인한 무기력증·쇠약감으로 인해 낙상 사고 위험이 높아지며,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셋째, 생선·고기 속 칼슘·철분 등 미네랄의 체내 흡수율이 식물성 식품보다 높다. 시금치 같은 푸른잎 채소에 든 칼슘의 체내 흡수율은 20% 미만이다. 반면에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 일반 물에 끓인 닭고기의 칼슘 흡수율은 각각 30%, 식초를 넣고 끓인 닭고기의 칼슘 흡수율은 60%에 달한다. 철분은 적혈구의 주성분으로, 콩·시금치 등 일부 식물성 식품에 든 철분은 흡수율이 낮아 대부분 배설된다. 반면에 붉은살 생선과 육류 등 동물성 식품에 든 철분은 체내 흡수가 잘 된다.
고기를 ‘잘’ 먹으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챙길 수 있다. 고기를 고르고, 조리하고, 먹을 때까지 단계마다 건강을 챙겨보자. 소고기를 고를 때 등급이 높다고 건강에 좋을 것으로 여기는 건 오산이다. ‘투플’이라고 불리는 1++ 등급은 전체 등급 가운데 마블링이 가장 많다. 마블링은 근 내 지방으로, 혈관에 쌓여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포화지방이 가득 들어 있다. 건강을 위해 소고기를 선택할 땐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부위부터 고려해 보자. 소고기는 부위에 따라 지방 함량이 2~4배 차이 난다. 한양대병원 영양팀 배소연 영양사는 “저지방 고단백 소고기를 원한다면 사태·홍두깨 등 저지방군, 소곱창·등심·안심·양지 등 중지방군, 소갈비·소꼬리 등 고지방군 순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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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엔 닭 날개보단 가슴살
다이어트를 위해선 소고기·돼지고기 같은 적색육보다는 닭고기·오리고기 같은 백색육이 더 유리하다. 적색육에 포화지방이 많은 것과 달리, 백색육엔 다이어트와 혈관에 모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 단, 닭고기 중 닭 날개는 다이어트용으로는 예외다. 닭 날개의 지방은 100g당 15.2g으로 닭가슴살(0.4g)의 38배에 달한다.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닭 날개(100g당 221㎉)보다는 열량이 낮은 닭가슴살(102㎉)·다리살·넓적다리살 위주로 고르되, 먹을 때 껍질은 벗긴다. 닭고기는 껍질 바로 밑에 지방이 몰려 있는데, 껍질을 벗긴 닭의 살코기·가슴살의 칼로리는 껍질을 벗기지 전의 절반으로 낮아진다. 닭고기뿐 아니라 소·돼지·오리·양고기 등을 조리할 때 눈에 보이는 기름이나 마블링을 제거하면 칼로리·포화지방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고기를 구우면 벤조피렌이, 생선을 튀기거나 태우면 니트로사민이 생성된다. 벤조피렌·니트로사민은 국제암연구소가 지목하는 발암물질이다. 따라서 고기를 불에 굽거나 태우는 방법보다는 삶거나 찐 뒤 살코기 위주로 먹는 게 건강을 위한 최선이다. 고기를 삶을 땐 바짝 조리지 말고 약한 불에서 물기(국물)가 있으면서 오래 끓이면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기를 구워 먹어야 한다면 건강 요소를 최대한 챙겨보자. 가천대 길병원 허정연 영양실장은 “고기가 불에 직접 닿는 직화 방식보다는 프라이팬을 이용해 굽고, 고기를 센 불에 굽는 것보다 중간 불(180도 이하)에서 여러 번 뒤집으며 구워야 한다”며 “조리 온도가 높을수록 발암물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고기 기름이 불꽃에 떨어져 생긴 연기에도 벤조피렌이 들어 있다. 고기를 불판에 구워야 할 땐 불판 위에 포일을 올리고 그 위에 고기를 놓아 굽거나, 고깃덩어리를 포일로 한 겹 감싸 구워보자. 이는 고기 기름이 불에 떨어지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고기 표면에 발암 물질이 묻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벤조피렌은 조리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이 생성된다. 고기를 굽기 전 전자레인지·찜통을 이용해 고기를 먼저 살짝 익히면 총 조리 시간을 줄이는 팁이다. 구운 고기를 먹을 때 상추·마늘·양파·셀러리 같은 채소를 곁들인다. 이는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녹색 채소 속 엽록소가 몸속에서 항암 성분인 클로로필린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를 한 끼에 몰아 먹으면 살이 찌는 지름길이다. 체내에 쓰고 남은 과잉 단백질은 이후 체단백 합성에 사용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포도당과 체지방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단백질 합성 반응을 유지하려면 고기를 매끼 조금씩 나눠 먹어야 한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성인은 매끼 평균 20~25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육류·생선 등 고기 전체 무게의 약 20%가 단백질 함량이라는 점을 고려해 단백질 섭취량을 계산하면 된다. 예컨대 고기 40g, 생선 50g, 계란 한 알, 두부 80g, 콩 20g(2큰술)에 각각 단백질이 8g씩 들어 있고 밥 3분의 2 공기(140g), 채소 140g에 단백질이 각 4g씩 함유돼 있으므로 한 끼 식사 때 고기 40g에 계란 한 알, 밥 3분의 2 공기, 채소 140g을 먹으면 단백질을 24g 섭취할 수 있다.
소시지·햄 같은 가공육은 어떨까.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에 들어가는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에 대해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는 사람의 직장암 발병 위험이 18% 높았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해서다. 가공육 50g은 핫도그형 소시지 1개, 비엔나소시지 5개에 들어 있다. 김형미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가공육 섭취량은 10.3g 수준이지만 가공육 제품에 따라 아질산나트륨의 양이 다르므로 섭취 횟수를 줄이거나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가공육을 먹는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채소 식단을 늘리고 백색육·적색육 같은 자연식품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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