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방공대 연구팀 실험 결과
감각 전혀 없어도 전기 자극 치료법 통해
9명 모두 5개월간 치료 후 보행 성공
하반신 마비 환자/ 사진 출처=스위스 연방공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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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과학자들이 척수 손상으로 신경 세포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더라도 전기 자극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EPFL) 연구팀은 9일(현지시간) 이같은 실험 결과가 담긴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공개했다. 이들은 총 9명의 환자들을 상대로 실험을 실시했다. 요추 척수 손상으로 인해 다리의 운동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감각도 전혀 없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 환자들은 5개월간 척수에 전극을 이식한 후 경막 외 전기 자극(Epidural Electrical Stimulation·ESS), 즉 하부 척추 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는 치료와 근육 강화 훈련을 함께 받은 후 보행 능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중 4명은 더 이상 ESS를 받지 않아도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네이처는 "이같은 실험 결과는 전기 자극이 척수 신경의 리모델링을 유발해 운동 네트워크를 다시 활성화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마크 루이텐베르크 호주 퀸즐랜드대 신경과학 교수도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엄청난 희망을 주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운동 능력 회복을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경 세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ESS의 스위치를 켰더니 자극받는 부위의 신경 세포 활동이 감소했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과 딥러닝 기법을 동원한 연구 끝에 운동 뉴런과 감각 뉴런을 연결해주는 신경세포인 '흥분성 중간 뉴런(excitatory interneurons)'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척수 손상을 입은 생쥐에게서 이 세포를 제거했더니 ESS 치료는 더 이상 효력이 없었다. 즉 이 세포가 전기 자극을 받은 운동 및 감각 뉴런들이 제 기능을 회복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물론 이는 동물 실험에 불과하지만 인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아이만 아짐 솔크 생물학 연구소 연구원은 "척수 구조는 인간과 생쥐를 포함한 척추동물들이 모두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인간도) 동일한 뉴런이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구팀은 2018년과 올해 초에도 하반신 마비 환자를 상대로 이번과 같은 방법으로 보행 능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엔 다리에 어느 정도 감각이 남아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였고, 이번 연구 결과는 아예 운동ㆍ감각 신경이 모두 죽어 감각조차 전혀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기 자극을 통해 신경 세포 기능 회복에 성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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