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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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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건 뇌척수액, 검붉으면 악성종양? 콧물 방치하다 피눈물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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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로 알아보는 건강 상태

몸에서 분비되는 노폐물은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코를 통해 흐르는 콧물도 마찬가지다. 알고 보면 콧물은 일상에서도 우리가 알아차리기 쉽게 건강 상태를 알린다. 콧물의 양·색깔·점도를 통해서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면 여기저기서 콧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평소와 다르게 콧물이 많이 흐른다면 콧물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콧물만 잘 살펴도 어느 정도 질환을 짐작할 수 있다. 콧물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를 알아본다.



중앙일보

점막에서 분비되는 콧물은 외부 물질로부터 코를 보호하는 여과기 역할을 한다. 각종 면역 성분이 함유돼 있어 먼지나 바이러스 등 감염성 요인을 씻어낸다. 콧물이 건강한 면역 체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이유다. 우리 몸은 건강한 성인 기준으로 하루 평균 700mL의 콧물을 분비한다. 정상적으로 생성된 콧물은 대부분 코 뒤쪽으로 밀려 내려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저절로 삼켜진다. 콧물 분비량은 신경, 혈관, 근육, 호르몬 등에 영향을 받는데, 이러한 이유로 콧물의 양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바로 이때 콧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녹색 콧물은 감염 증상 심해진 상태



일반적으로 콧물은 투명하고 묽은 편이다. 그러다 세균에 감염돼 부비강에 염증이 발생하면 콧물이 노랗고 끈적끈적하게 변한다. 따라서 노랗고 끈적이는 점액성·농성 콧물이 지속해서 흘러내린다면 부비강염(부비동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간혹 녹색을 띤 콧물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감염 증상이 극심해진 상태를 뜻한다. 몸속에 세균과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체내 면역 체계는 이와 맞서 싸우기 위해 대량의 백혈구를 투입한다. 그 과정에서 죽은 백혈구 잔해가 콧물 색을 녹색으로 탁하게 만드는 것이다.

흔히 축농증으로 불리는 부비강염은 발생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발생 기간이 4주 미만이면 급성,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하면 만성 부비강염이다. 급성의 경우 누런 콧물과 함께 발열, 안면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겨울철엔 급성 부비강염이 자주 발생한다. 증상 초기에는 단순 감기와 잘 구분되지 않아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코감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한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진료받는 것이 권장된다. 만성이 되면 주로 통증 없이 코막힘과 심한 콧물,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이 나타난다. 이땐 냄새도 잘 못 맡는다. 기관지 천식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감기 아닌데 맑은 콧물은 뇌척수액



맑은 콧물은 호흡기 질환 초기에 흔히 나타난다. 갑자기 감기에 걸리거나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날 때 맑은 콧물이 물처럼 주르륵 흘러나온다. 이를 수양성 콧물이라고 부른다. 감기의 경우 초반엔 맑은 콧물이 나다가 점차 누런 콧물로 변한다. 보통 코감기가 낫기까지 1~2주가 걸린다. 감기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영양 섭취만 잘해도 저절로 나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그냥 둬도 저절로 낫는 감기와 달리 항원이 사라지지 않으면 증상은 계속된다. 콧물의 원인이 알레르기 비염이라면 연속적인 재채기, 눈물, 가려움증, 피로감 같은 동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주로 나타나는 발열, 몸살 기운, 기침, 목감기 등의 증상은 없다. 만약 2주 이상 맑은 콧물을 달고 다니면서 재채기나 가려움증이 동반되면 감기보다는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이 아닌데도 다량의 맑은 콧물이 계속 흐른다면 이 점액은 뇌척수액일 가능성이 높다. 뇌척수액은 뇌에서 생성돼 뇌와 척수를 순환하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척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외상이 생기면 뇌척수액이 코를 통해 물처럼 흘러나올 수 있다. 맑고 투명한 것이 특징이어서 일반 수양성 콧물과 착각하기 쉽다. 뇌척수액이 누출되면 시력 혼탁, 이명, 청력 장애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뇌척수액 누출이 의심될 경우 전문병원을 찾아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즉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 임신 중 코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호르몬에 변화가 나타나도 다량의 맑은 콧물이 나올 수 있다.



검붉은 콧물 악성종양 발생 가능성



붉은빛을 띤 혈성 콧물이 나온다면 코점막에 상처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코를 과도하게 풀었거나 코안이 건조해져 충혈된 탓에 나타난 증상이다. 코를 너무 세게 풀면 강한 압력이 가해져 콧속 혈관이 터지면서 코피가 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적당한 수분 섭취와 함께 휴식을 취하면 좋아진다. 하지만 피가 섞인 검붉은 콧물이 계속 나온다면 심각한 상태일 수 있다. 드물지만 결핵이나 디프테리아 감염, 악성종양이 발생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찰이 필요하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을 통해 곰팡이와 종양 등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내원해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박일호 고려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신애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신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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