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금융지표만 보면 시장은 한고비를 넘겼다. 지난 11일 달러당 원화가치는 1318.4원으로 마감하며 120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불과 5거래일 동안 원화 ‘몸값’이 100원 넘게 올랐다(환율은 하락). 그날 코스피도 2483.16원에 거래를 마치며 25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2100선 붕괴를 걱정했던 9월 말과 반대 상황이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1일 기준 55bp(1bp=0.01%)로 내려왔다. 지난 3일 75bp로 10년래 최악이었는데 최근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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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 금융시장에 한정된 움직임이라서다. 실물지표 악화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거란 전망은 이미 굳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2.3%에서 1.8%로 지난 10일 하향 조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7%로 예상했고, 증권가에선 1%대 중반 성장 전망(교보증권 1.5%)까지 나왔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가장 큰 문제다. 10월 수출액 증가율은 -5.7%(전년 대비)로,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수출 부진과 그에 따른 무역 적자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암울한 예측만 있다.
한국이 상품 교역으로 달러를 얼마나 벌어들이고 있는지 뜻하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빠르게 악화하는 중이다. 올해 들어 10일까지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만 376억 달러(약 50조원)에 이른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크게 뛴 탓인데, 수출 경기마저 위축되고 있어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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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소비 등 내수 경제에도 경보음이 켜졌다. 한국개발연구원·금융연구원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전년 대비 6만~8만 명에 그치는 ‘고용 절벽’을 예고했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올해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올해 일자리 지표가 상대적으로 나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와 급속한 인구 감소 등이 경기 둔화 상황에 추가됐다.
소비도 다시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1년 전과 견줘 0.4%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매판매가 늘었던 상반기와는 온도 차가 컸다. 여전히 높은 물가와 빠르게 오르는 금리로 지갑이 닫히는 탓이다.
금융시장 역시 잠시 안정을 찾았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채 등의 문제로 기업 단기 자금시장이 어려운 현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실물경제 둔화와 맞물려 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은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부채) 비율은 114.5%에 이른다. 2008년 95.1%보다 높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 때인 1997년(107.1%), 1998년(108.5%)까지 웃돈다. 가계·정부부채도 10여년 전 금융위기 때보다 큰 규모로 증가했다. 저금리에 취해 기업·가계·정부 할 것 없이 빚을 크게 늘렸는데 높은 금리로 역풍을 맞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세계 금융시장만 보고 한국 상황을 예단해선 안 된다”며 “부채 문제와 경제 양극화가 과거보다 심해진 만큼 ‘약한 고리’에 대해 면밀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건설·부동산, 그리고 이와 연결된 제2 금융권 부실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부문에 대한 면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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