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을 맞이한 조선업계가 역대 최악의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설상가상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칫 대규모 납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선박 인도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물거나 선박 발주가 취소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설상가상으로 철강업계와의 후판가격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어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는 모양새다.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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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8일 발표한 '미래 신주력 산업 인력수급 상황 체감조사'에 따르면, 조선업계 업체의 52.2%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현장 생산직무 인력이 부족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조선업계의 경우 생산직무 인력이 부족하다고 대답한 비중은 전체의 96.6%에 달했다. 고용률 자체는 낮지 않지만, 이직·퇴사율이 높다고 기업들을 토로했다. 사람을 뽑아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현장 실무에 바로 투입하는 게 아니지 않냐"며 "수개월 교육시켜 현장에 보내면 머잖아 (직원이) 퇴사한다고 한다. 일손은 만년 부족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 사기도 떨어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경총 설문조사에서도 업계는 '현장 일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를 인력난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현재 조선업계는 3년치 일거리를 확보해뒀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조선업 수주잔량은 3610만CGT다. 지난해 12월 대비 일감이 2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인력난은 시간이 지날 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4년 20만3000여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올해 7월 기준 9만명 대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외국인 채용 인력이라도 늘려 인력난을 타개해보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정부는 지난 8월 외국 인력 신규 입국 쿼터를 확대했다. 기존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1만명 늘렸고, 조선업의 경우, 전문인력(E-7)인 용접공·도장공에 대한 입국 쿼터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최근 베트남에서 용접공 1100명을 수급하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베트남 당국이 국내 조선사 협력업체에 근무할 예정이었던 자국 근로자들의 출국 승인 재심사에 들어간 탓이다. 일부 용접공이 채용 과정에서 허위 이력 등을 제출한 게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업계는 침착한 모습이다. 베트남 용접공 출입국 문제 하나로 선박 인도 일정이 차질을 빚을 정도로 공정 일정이 빠듯하진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제동이 걸린 인력 수급 계획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전체 용접공 채용 인원 600명의 두 배 수준이다. 입국 지연이 장기화하거나 같은 일이 반복해서 발생할 경우 납기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도 이 같은 우려에 힘을 싣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278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뿐만 아니라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해도 적자 폭이 대폭 늘었다. 하청업체 불법파업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해도 실적이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인력난도 주 요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조선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일감을 많이 수주해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결과물을 내놓겠냐"며 "지금도 인력 이탈은 계속되고 있는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현장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는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는 지난달 울산 동구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재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울산 동구는 내달 고용위기지역 지정이 종료된다. 지자체 역시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관련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건의문을 보낸 상황이다.
한편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와 조선용 후판가격을 놓고도 장기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대폭 인하해 원자잿값 부담을 낮추려는 반면, 철강업계는 인하 폭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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