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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북한 넘어 중국 정조준한 한미일 공동성명···미국 인·태 전략 ‘동조화’ 선언한 윤석열 정부[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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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13일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놈펜|강윤중기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지난 11~13일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미·일 3국 정상의 공동성명이다.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문의 공동성명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한·미·일 협력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공개적·명시적으로 밝힌 공식문서다.

이 성명에서 3국 정상은 중국을 ‘21세기의 가장 큰 도전’으로 규정하고 이에 공동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안보 문제뿐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포괄적인 협력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막고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성명은 미국이 그동안 한국을 ‘온보드’(승선)시키기 위해 매우 공들인 결과물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경제 분야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윤석열 정부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이 같은 미국의 입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외교부 북미국이 한국의 인·태 전략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프놈펜 아세안 정상회의에 맞춰 윤 대통령이 미국의 인·태 전략을 적극 수용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의 인·태 전략’을 발표하고 곧바로 3국 공동성명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15분 만에 끝난 3국 정상회담 이후 5000자가 넘는 장문의 공동성명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번 3국 정상회담이 실제로는 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공동성명에 나온 표현은 모두 ‘미국의 언어’로 구성돼 있어 한국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다.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와 군사정보 공유 확대,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중국의 위협적 행동에 대한 공동대응,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경제안보대화체 신설 등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내용들이 중국을 겨낭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한·미·일 협력의 당위성에 대해 ‘북한의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들었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한·미·일 협력의 목적이 북한 대응에 머물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호응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 핵문제는 미국의 인·태 전략의 한 요소이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 틀 안에서 다뤄지는 일부라는 점이 명확해진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이런 길을 계속 간다는 것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안보적 주둔 강화를 의미할 뿐이라는 입장을 말할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한 것에서도 이 같은 시각이 잘 나타나있다.

한국이 미국에게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이상 미국의 대외전략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 범위까지 같이 갈 수 있느냐가 문제다.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 외에도 한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미·일과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가장 분명하고 강한 표현으로 확인한 한국이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국가적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도 변수다. 강제징용 문제 등 양국 간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분야를 포함한 일본과의 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감당해야 할 국내 정치적 부담은 매우 크다. 교착 상태에 있는 한·일 관계와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한·미·일 협력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국내 반발에 부딪쳐 지속적인 한·미·일 협력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유신모 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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