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현재 민생 위기나 경제 위기가 심하기 때문에 되레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줄인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예산을 줄이면 그분들은 폐지를 주우러 길거리로 나서야 된다. 이것은 패륜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 노인일자리 예산을 삭감했고 이에 따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이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다.
매일경제 검증 결과 내년 노인 일자리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노인 일자리 예산은 오히려 720억원 늘었다. 전체 노인일자리 수는 올해보다 2만9000개 늘어난 88만3000개로 편성됐다.
내년 예산안에서 노인 일자리가 줄었다는 주장은 노인 일자리의 일부인 공공형 노인 일자리 축소에서 기인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는 크게 보건복지부 소관 공공·민간·사회서비스 일자리와 고용노동부 소관 고령자 고용장려금 일자리로 나뉜다. 공공형은 노인이 월 30시간 근로를 수행하면 정부가 27만원을 직접 지급하는 형태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가 주를 이룬다. 한편 민간·사회서비스형은 노인이 기업과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정부 예산이 기업을 통해 근로 노인에게 지원되며 근로시간이 공공형에 비해 길고 급여도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고용장려금은 고령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주는 지원금으로 노인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공공형 일자리를 올해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약 10%(6만1000개)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공공형을 줄이는 대신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각각 2만3000개(16만7000개->19만개), 1만5000개(7만개->8만5000개) 늘렸다. 고령자 고용장려금 대상 일자리는 올해 9000개에서 6만1000개로 5만2000개 늘렸다. 늘어난 노인 일자리 증가폭이 공공형 감소폭을 상쇄하고도 2만9000개 남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에 투입되는 예산도 늘었다. 공공·민간·사회서비스 일자리 예산이 올해 1조4422억에서 내년 1조4478억으로 56억원 늘었다. 공공형 일자리가 줄었지만 급여가 더 많은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증가한 영향이다. 고령자 고용장려금은 특히 증가폭이 크다. 올해 162억에서 내년 826억으로 664억원 대폭 늘었다. 종합하면 노인 일자리 예산은 내년에 총 720억원 늘어난다.
결국 내년 노인 일자리는 민간 연계형을 중심으로 확대 재편된 것이다. 증가폭이 두드러지는 고령자 고용장려금은 올해 신설된 사업으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인을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골자다. 과거 3년보다 노인을 많이 고용하거나 퇴직연령대 고령자에 대한 채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정부는 당초 올해 6000명분으로 지원 계획을 짰지만 현장 수요가 높아 실제 집행은 예상치 4배 이상 큰 규모로 이뤄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같은 노인 일자리 개편은 근로 능력이 있는 노인은 고임금 고부가가치의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유도하고, 고용장려금을 통해 민간 근로가 가능한 고령자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공공형 일자리 축소를 놓고 “민간·사회서비스형이나 고용지원금 일자리는 직업경력이나 역량이 필요해 단순 노무 형태의 공공형 일자리에서 일하던 노인이 옮겨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각 일자리별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공공형과 나머지 일자리가 중첩되는 분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형과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14%가 돌봄사업, 경비업 등 유사한 분야에 걸쳐 있다. 공공형에 보육시설 봉사가 있다면 사회서비스형에 보육시설 교사 보조가 있는 식이다. 고용장려금 사업도 약 70%가 돌봄·요양업 등 복지서비스업(50%)이나 청소·경비업 등 시설관리(20%)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즉 돌봄·청소·경비 분야 공공형 일자리 감소분을 사회서비스형이나 고용장려금 사업이 흡수하는데 무리가 없는 셈이다. 근로능력이 한층 취약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는 고령자는 허들이 낮은 공공형 일자리에 남아 있되 희망하는 노인에 한해서 보다 넉넉하고 지속 가능한 급여를 제공하는 민간 일자리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터주자는 개편안 근거기도 하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고령자라고 다 같게 볼 수 없고 연령과 능력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며 “일할 여력이 되고 그걸 원하는 고령자는 본인 능력으로 공공형 이상의 수입을 벌 수 있게끔 민간형으로 유도하고 기업이 고령자 채용을 늘리도록 ‘당근’을 주는게 지속 가능한 노인 일자리 창출 순환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현장 우려를 감안해 공공형 일자리를 늘릴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현장에서 연로하신 분들이 단순 일자리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그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동의가 필요한 예산 증액에 대해 추 장관이 전향적 검토 의견을 나타내면서 노인 공공일자리 예산은 국회 심사에서 증액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수준으로 공공형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공공형 예산 감액폭 922억원가량이 현재 예산에 추가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일자리 게시판을 보는 노인들 [사진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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