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 시연 성공
36m 떨어진 주택에 마이크로파로 전력 공급
"2030년대 초반 전력 송수신 장치 시제품 생산 가능"
"항공기 운항용 전력 공급 받고 지상 전달에도 활용"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태양광발전소 개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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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마이크로파 전송기를 켜자 36m 떨어진 전선이 전혀 없는 실험용 주택 내 냉장고에 불이 들어오고 맥주가 시원해졌다.
유럽 항공우주업체 '에어버스'가 최근 태양광 발전 및 원거리 무선 전력 송신 기술 시연을 통해 선보인 기술이다. 에어버스 엔지니어들은 2030년대 초반에는 우주에서 지구까지 전력 송신이 가능한 시제품을 만들 것이라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특히 전공을 살려 항공기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중계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온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이 10년 이내 그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18일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실시된 실험에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마이크로웨이브 형태로 변형해 약 36m 떨어진 수신기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가까운 거리였지만, 에어버스 개발자들은 이 기술을 토대로 지표-궤도 간 원거리 전력 송신이 가능한 시제품을 2030년대 초반까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요안 투외 에어버스 연구프로젝트 팀장은 "미래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핵심 요소를 처음으로 소규모로 제작해 테스트에 성공했다"면서 "다음 단계로 기술을 끌어 올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특히 '전공'을 살려 항공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즉 우주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비행기에 공급해 동력원으로 삼을 경우 무게를 가볍게 하고 언제 어디서나 연료를 걱정할 필요가 없이 장기간 비행할 수 있다. 또 항공기를 중개 장치로 삼아 우주 태양광 전력을 여기저기 손쉽게 공급할 수도 있다. 외부와 고립된 군사기지, 도서 지역 등에서 긴급 수요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수단이 된다.
장-도미니크 코스테 에어버스 '블루스카이' 부서 시니어 매니저는 "항공기의 항속 거리를 늘리고 무게를 줄이는 등 시장의 게임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처럼 에너지를 관리하고 다른 곳에 전력을 중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지구정지궤도에 커다란 태양광 패널과 송신 장치를 단 위성을 올려 생산한 전력을 마이크로파나 레이저 등을 이용해 지구에 전송해서 쓰자는 아이디어다. 화석 연료를 쓰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결국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면 태양 빛의 강도도 지표보다 50~60% 강하고 대기권 산란 작용도 없다. 24시간 내내 날씨와 상관없이 발전할 수 있다. 같은 크기ㆍ성능의 태양전지라면 지표보다 약 10배 이상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과 비용이다. 전력 송수신 기술이 아직 개발 중이다. 또 지구 밖 궤도에서 원자력 발전소 1개 수준의 우주태양광 발전소를 만들려면 직경 2km 정도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하는데, 현재의 로봇 등 제작 기술로는 힘들다. 엄청난 양의 화물을 실어 날라야 해 비용도 감당이 안 된다.
코스테 선임 국장은 "전력 빔 전송 기술이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 창출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마이프로파 빔으로 전력을 송수신하더라도 생명체에 해가 되지 않게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지상 기반 인프라를 설치하지 않아도 전 세계에 전력을 분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어버스 외에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중국 국가항천국(CNSA) 등이 2030년대 우주태양광 발전 현실화를 위해 앞다퉈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력 무선 송수신 장치 개발 등 기초 원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한국전기연구원(KERI) 등이 수년 내 초소형 태양광발전위성 및 전력 생산·송수신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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