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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금투·종부·법인세 완화 두고 與野 충돌…입법갑질 vs 부자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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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두고서도 정부ㆍ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아가 지난주 가까스로 기재위 조세소위 구성 및 심사 일정에 합의했지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ㆍ종합부동산세ㆍ법인세 등의 완화 방안을 놓고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입법 갑질’이라고 반발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20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뜨거운 감자’는 내년 시행할 예정인 금투세의 과세 시기를 2년 뒤로 미루는 금투세 유예안이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40여일 뒤부터 국내 주식ㆍ펀드 등으로 5000만원 또는 기타 금융투자소득으로 250만원이 넘는 순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해당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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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간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야당은 주식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절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0.15%로 더 내리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높이는 정부 방침(종목당 10억원→100억원)을 철회하는 조건을 달고, 정부의 안을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야당의 절충안을 거부하기로 하고, 이런 방침을 여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시장 여건과 주식시장으로의 시중 자금 유입ㆍ유도, 투자자 보호장치 정비 등을 고려해 금투세 유예가 필요하다”(최상대 기재부 2차관)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증권거래세를 0.03%포인트 낮춰 0.20%로 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해 놓았데, 여기서 더 내리자는 야당 제안은 받기 힘들다”며 “대주주 기준을 높이는 것은 연말마다 대주주 양도세 요건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주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ㆍ여당과 야당은 조세소위에서 다시 줄다리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여야의 시각 차이도 극명하다. 종부세 개정안에는 기본공제액 상향,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및 세율 인하,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비율 하향 조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당과 정부는 납세자의 세 부담이 과도한 만큼 개편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제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대상은 전년보다 29% 늘어난 120만명으로,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한다. 2017년 3만6000명이던 1주택 보유 종부세 대상자도 올해 22만명으로 늘었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체감 부담은 더 크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이미 정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최저한도인 60%까지 낮아졌고,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법안도 처리된 만큼 추가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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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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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는 법인세법 개정안과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안에대해서도 여당은 ‘재벌의 조세부담 경감’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책의 일환인 가업상속공제 대상ㆍ한도 확대 논의 역시 “완화 폭이 너무 커 부의 대물림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신동근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라며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다만 소득세 부담을 줄이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야당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종부세ㆍ법인세 완화 등은 ‘민간 주도 성장’ 경제정책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도 양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169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 민주당이 반대하면 국회 처리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은 조세소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의 조세소위원장 쟁탈전 때문에 구성이 늦어져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 했다. 올해 조세소위 구성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고 ‘지각’ 기록이다. 세법개정안은 정부 예산 편성에 영향을 주는 ‘예산 부수 법안’이라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내달 2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미다. 윤 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면 세금 부담을 완화해 경제 위기에 대응하려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야당이 발목 잡기로 새 정책을 펼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는 만큼, 다른 현안들과 함께 막판에 일괄적으로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 완화는 민주당에서도 과거에 공약한 사안이었고, 법인세ㆍ금투세 완화 등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수준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만한데도 야당에서 정치적 셈법에 따라 무조건 반대하는 것으로 비친다”며 “국회에선 소모적인 논의를 중단하고 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정과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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