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개인 삶을 바꾸고 인터넷 공간을 모바일 앱으로까지 확장했다면, UWB는 제2의 인터넷으로 부상한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는 핵심 기술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메타버스는 '모니터 안'에 국한돼 있어 기존 게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이를테면 메타버스로 명명된 네이버 제페토·SK텔레콤 이프랜드 모두 모니터상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기존 게임처럼 사용자의 위치값이 고정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모니터상에서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게임·메타버스 서비스 배경화면이 바뀌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와이파이·블루투스 기술로는 실내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사용자의 위치값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이를 정확하게 IoT를 통해 초정밀 측정이 이뤄진다면 메타버스 세계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처럼 모니터에 사용자의 위치값을 고정시켜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포켓몬고는 특정 위치에 가야 포켓몬을 볼 수 있는데, 나의 위치가 '중심'이 되면 내 위치가 변해도 포켓몬이 따라오는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에 UWB 기반의 위험물 추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엔토소프트의 박영봉 대표는 "UWB가 사용자를 모니터 밖으로 끌어내면서 진정한 메타버스가 구현되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맞춰서 디스플레이 기술과 기기 기술이 향상되면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나오는 메타버스 삶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F 영화에서 주인공이 안경을 끼면 화면이 현실과 중첩되면서 나타나는(증강현실)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강현실 장면은 내가 어디로 이동해도 UWB를 통해 내 위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내 옆을 따라다니게 된다.
◆ '사생활 침해' 대응 모색해야
일상에 편리함을 가져올 UWB는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예컨대 별도 보안 조치가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걸어서 출입이 되는 워크스루 인증이 UWB를 통해 구현될 경우 편의성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사측이 UWB 기능을 통해 직원 개개인의 위치 정보, 즉 사생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대해 IT업계는 회사를 벗어나면 위치 추적을 활성화시키지 않도록 설정하는 등 다양한 기술적 조치와 더불어 직원 개인 정보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를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을 대안으로 예상하고 있다.
UWB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혹은 악의적으로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보안 리스크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UWB 보안 솔루션 기업인 슈프리마의 최성빈 기술연구소장은 "UWB 무선통신에 더해 현장에서 얼굴인식·생체인증 등 기능을 추가하면 출입 인증 관련 보안 서비스 품질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UWB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려면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UWB 기반의 IT 디바이스가 IoT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게 IT업계의 당부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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