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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취업과 일자리

알바만 늘린 일자리정책…고용 불안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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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근로자 170만명 시대]

주 15시간 미만 근로 1년새 7.6% ↑

학생· 노인 일자리 선택폭 넓혔지만

주휴수당 피해 '쪼개기 고용' 지적

공공 알바로 취업통계 착시 비판도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지난달 근로시간이 주 15시간에 못 미치는 초단기 근로자가 170만명에 육박해 10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고용주들과 자유로운 고용 형태에서 필요한 만큼만 일하려는 근로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정부가 고용률을 부풀리기 위해 혈세를 써가며 단순 노무 위주의 초단기 일자리만 늘려 이 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정부 5년간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44만개에서 80만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 침체로 고용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작 하루 1~2시간 일하는 ‘무늬만 취업자’ 비중이 높아져 ‘고용의 질’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1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세부 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달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초단기 근로자는 169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57만 1000명)에 비해 7.6%(12만명) 증가한 것으로, 10월 기준 역대 최대다. 초단기 근로자 증가폭은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2.4%)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컸다.

초단기 근로자 증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일손이 많이 필요해진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분야의 초단기 근로자는 19만 8000명으로 1년 전(14만 6000명)보다 5만 2000명 증가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도 3만 1000명 늘었다. 고령층을 위한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지난달 초단기 근로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은 89만 6000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53.0%)을 차지했다. 60세 이상 초단기 근로자 수는 1년 전(83만 5000명)보다 6만 1000명이나 늘었다. 이어 20대(3만 7000명), 50대(2만명)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기 근로자는 긴 시간 일하기 어려운 학생과 노인, 가정주부에게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긱워크(Gig work)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짧은 시간 일하면서 필요한 만큼 돈을 벌기 원하는 젊은 세대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초단기 근로자의 증가를 고용 시장 후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주는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유급휴일, 주휴수당, 퇴직급여 등을 줘야 한다. 그렇다보니 고용주들이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고용’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흔히 말하는 ‘질 좋은 일자리’와 거리가 먼 불안정한 일자리로 고용의 질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단기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의 측면보단 고용의 질이 악화된 측면이 더 크다고 보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일자리 쪼개기 현상으로 초단기 근로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고용 안전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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