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남중국해 최전선 팔라완섬 간 美해리스…中에 경고장 날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2일 필리핀 서부 팔라완 섬 푸에르토프린세사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필리핀 해안 경비대의 경비함에 탑승하며 경비대 관계자의 경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 필리핀·중국 간 영유권 분쟁의 최전선인 남중국해 팔라완섬을 찾았다. 미 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팔라완 방문에 중국은 관영언론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과 필리핀의 밀착을 경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해 팔라완 푸에르토프린세사 국제공항에 내렸다. 이후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 해안경비대 등과도 만남을 가졌다.



필리핀-中 분쟁 최전선 찾은 美 최고위 인사



중앙일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 필리핀 팔라완 섬의 푸에르토프린세사 국제공항에 내려 환영 인파에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국제 규칙과 규범이 유지돼야 한다”며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필리핀 정부의 손을 들어줬던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제소한 사건과 관련해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2016년 “남중국해 약 90%가 자국 영해라는 중국의 입장은 유엔해양법협약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그러면서 “필리핀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은 남중국해의 위협과 강압에 맞서 필리핀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팔라완을 찾은 역대 최고위급 미 정부 인사다. 그의 방문엔 중국 견제의 의도가 강하게 담겨있다. 팔라완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핵심 전장인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와 약 32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군사 요충지다. 중국은 PCA 판결 이후에도 남중국해 일대 영유권을 주장하며 스프래틀리 제도 일대에 인공 섬을 만들고 군 기지를 구축해 놓고 있다. 중국 대형 어선과 해군 순시선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수시로 침범하고 있다. 이에 필리핀은 스프래틀리 제도 내 웨스트요크, 난산, 노스이스트 케이 등 섬 3곳에 군 기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지난 5월 완료했다. 지난달엔 미국과 필리핀 군이 팔라완섬 해상에서 합동 군사 훈련인 ‘카만다그(해상전사들의 협력)’를 벌이기도 했다.



“美, 필리핀 편에 설 것” 中에 사실상 경고



중앙일보

지난 3월 필리핀 북부 해안지대에서 실시된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군사훈련에서 미 해병대 군인이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슈아 컬란직 미 외교협회(CFR) 동남아시아 선임연구원은 “해리스의 (팔라완섬) 방문은 남중국해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필리핀 곁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선 “필리핀 군대와 공용 선박,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이 벌어질 경우 미국과 필리핀 간 상호방위조약상 미국의 방위 약속을 발동시킬 것”이라며 “이는 필리핀에 대한 우리의 변함없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을 향한 경고다.



美, 대만 인접 루손 中견제 최적 장소 점찍어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은 필리핀 내 미군 군사기지 확대로 대(對)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이 체결한 방위력협력확대협정(EDCA) 강화 문제를 논의했다. 필리핀은 지난 2014년 맺은 EDCA를 바탕으로 해상안보를 위한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6년 수빅·클라크·팔라완 등 필리핀 일대 5곳에 미군 전용 군사기지를 짓고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 강화 논의의 골자다.

미국은 대만과 약 2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루손섬을 후보로 삼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응할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홍콩 아시아타임스는 지난 19일 “미국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의 카가얀, 잠발레스, 이사벨라 등을 추가 미군 주둔지 후보로 점찍고 필리핀 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남중국해를 포함해 대만 해협의 우발적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전했다.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아태안보차관보는 로이터에 “미 육군은 루손섬에 미사일·방공 시스템을 배치하면 중국의 대만 상륙작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발하는 中 “해리스, 남중국해 분란 조장”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회담(14일)이 열린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해리스 부통령의 팔라완섬 방문에 대해 중국은 21일 관영 언론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T)는 사설에서 “미국 정부는 남중국해를 중국에 대한 전략적 사안 중 하나로 삼아 관련 국가들의 분란과 충동을 조장하고 있다”며 “남중국해 분쟁의 도화선을 필리핀 손에 넘기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방문을 통해 동남아 국가들은 누가 이 지역 안보의 진정한 파괴자인지 깨달아 미국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