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손흥민이 차는 월드컵 공인구에 인공위성 기술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에 인공위성에 쓰이는 센서 부착

경기 중 선수 신체 부위 29곳, 공 위치 데이터 수집해 비디오판독실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로 경기마다 존재감 과시

아시아경제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를 들고 있는 손흥민. 사진=아디다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는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피파(FIFA)가 함께 제작한 '알 리흘라(Al Rihla)'다. 아랍어로 '여정(The Journey)'이라는 뜻이다. 알 리흘라는 8개의 삼각형과 12개의 마름모꼴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마름모꼴 조각에는 카타르 국기를 형상화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알 리흘라의 특징 등을 살펴보면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FIFA에 따르면 아디다스의 풍동 실험장에서 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진 알 리흘라는 기존 축구공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간다고 한다.

특수한 돌기가 들어간 20조각의 사각형 폴리우레탄 피스가 공을 구성하는 '스피드셀' 기술이 정확도와 비행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골프공처럼 표면에 돌출 가공을 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역대 공인구 중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간다는 게 제작사인 아디다스의 설명이다.

알 리흘라의 특징은 이뿐만 아니다. 공 안쪽 중앙에 달린 '관성측정센서(IMU·Inertial Measurement Unit)'를 눈여겨볼 만하다. 관성측정장치는 가속도계와 회전 속도계, 자력계 등을 조합하고 사용해 신체의 특정한 힘, 각도 비율 등에 따라 신체를 둘러싼 자기장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전자 장치다. 보통 무인 항공기, 유도무기, 발사체 및 인공위성 등의 항법 및 제어에 핵심적인 역할로 쓰인다. 최고의 IT 기술이 이번 월드컵 공인구에 스며든 셈이다.

아시아경제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 내부 모습. 중앙에 센서 장치가 있어, 선수들의 신체 데이터를 중앙 관제 센터와 주고받으며 원활한 경기 진행을 돕는다. 사진=아디다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알 리흘라에 설치 된 IMU는 공 내부 중심에 떠 있는데 경기장 지붕에 설치된 12대의 카메라로 선수들의 발끝·무릎·어깨 등 신체 부위 29곳의 위치 데이터를 초당 50회 수집하고, 경기 내내 공의 위치 데이터를 1초에 500번 측정해 비디오판독실로 전송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반칙 여부 등을 심판에게 알린다. 카메라 각도 등에 따라 오차 가능성이 제기됐던, 기존 시스템보다 정확하고 판정 시간도 3분의 1가량 단축시켰다.

알 리흘라의 이런 기능은 FIFA가 개발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로 개막 첫날부터 존재감을 발휘했다. SAOT는 카메라 트래킹 등 인체 모션 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도구다.

지난 21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전에서는 단 3분 만에 나온 에콰도르의 기습적인 골이 무효 처리됐다. 에콰도르 응원단의 환호는 순간 절망으로 바뀌면서, 대체 어떤 상황인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당시 경기 중 상황을 보면 페널티 지역에서 미카엘 에스트라다가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펠릭스 토레스가 시저스 킥으로 연결했고, 이를 에네르 발렌시아가 문전에서 헤딩해 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곧바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고, 에스트라다의 발끝과 허벅지가 미세하게 카타르 수비수보다 앞섰다는 심판의 결정이 나왔다. 이는 SAOT 기술이 아니었다면 에콰도르의 득점 인정이 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물론 SAOT가 잡아낸 장면만으로 오프사이드 등 최종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 비디오 판독(VAR) 담당 심판의 검사를 거쳐야 하므로 '반자동'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알 리흘라는 판정뿐 아니라 경기 모니터링을 돕고 관련 통계 데이터를 대회 관계자들에게 전달한다.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리는 루 사일 경기장 등 8개 경기장 전체에는 2만2000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중앙 관제 센터로 이미지를 실시간 전송한다. 중앙 관제센터에서는 AI를 이용해 수신받은 이미지들을 모니터하면서 경기 관련 상황을 점검한다.

월드컵 공인구에 IT 기술이 접목된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 18' 부터로 알려졌다. 공 내부에 NFC칩(다른 전자기기와 근거리 무선통신을 할 수 있게 하도록 개발된 전자기기)을 장착해 공 속도와 위치 측정이 가능했다. 이와 비교하면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는 그야말로 AI 기술의 최전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관성센서가 내장된 알 리흘라는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만 사용된다. 관성센서가 빠진 일반 알 리흘라 공인구 가격은 개당 15만원 내외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