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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튀르키예, 시리아 쿠르드민병대 소탕작전에 지상군 투입 예고…“미·러도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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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튀르키예·이라크와 국경을 접한 시리아 북동부 데리크 마을 주민들이 21일(현지시간) 튀르키예군 공습으로 숨진 이들의 장례식에 참석해 오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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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가 시리아 접경지대 쿠르드족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 이후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쿠르드민병대(YPG)와 함께 대테러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은 자제를 촉구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전날 북동부 지역에서 연설 도중 “신의 뜻에 따라 우리는 탱크, 병사들과 함께 가능한 한 빨리 테러리스트들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급한 테러리스트는 쿠르드족 분리독립 추진 세력인 쿠르디스탄노동자당(PKK)과 이들의 외곽 군사지원 조직으로 꼽히는 YPG를 말한다. 튀르키예는 앞서 지난 13일 이스탄불 번화가 이스티클랄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배후로 PKK와 YPG를 지목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YPG의 근거지인 시리아 북부 접경지대에 19일부터 대규모 공습작전을 벌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군사작전을 장기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나흘 간 공습으로 테러리스트 254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YPG가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조직 시리아민주군(SDF)은 튀르키예가 이스탄불 폭발 사건을 빌미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국경지대 작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진짜 목표는 시리아 북부 도시 코바니 점령이라고 비난했다. 튀르키예군은 2016년부터 시리아 북부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리아 반군단체를 상대로 세 차례 대규모 작전을 벌였고, 그 결과 북서부에서 코바니 인근까지 325㎞에 이르는 지역을 통제하게 됐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의 지상군 투입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라브렌티예프 시리아 특사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평화협상 참석 뒤 외신들과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에 러시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소탕 작전, 시리아 지역 안정화 작업 참여 명목으로 일부 반군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북서부의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서부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시리아 정부로부터 임대해 사용 중이다. 러시아는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 외에 부동항이 없는 데다가 시리아를 지중해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어 이 지역에서 군사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에이드리엔 왓슨은 로이터통신에 “미국은 시리아의 대테러전 파트너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튀르키예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작전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튀르키예의 최근 공격이 대테러전을 위해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미군 병사들의 안전까지 직접 위협하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IS 패퇴 이후 사실상 대테러전을 쿠르드족에 일임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도 튀르키예의 군사작전은 달갑지 않다.

튀르키예는 동맹국 미국, 시리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의 파트너 국가인 러시아의 만류에도 군사작전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미국의 YPG에 대한 지원 중단을 재차 촉구하면서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군사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워드 아이센스타트 세인트로렌스대 교수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은 내년 6월 대선을 앞두고 강한 지도자상을 구축해야 할 에르도안 대통령의 필요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나 미국이 튀르키예의 행동을 제한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정부가 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성난 민심을 쿠르드족 때리기로 달래려 한다고 지적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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