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로 제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산업이 금융을 지배하는 금산분리는 손대지 않는다”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금융적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0일 “금산분리는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에선 이미 다 지나가버린 문제”라고 말했다.
0%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외국 경쟁사에 밀리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도 있다. 정부 방안은 지주회사가 금융업을 하는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지주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금융회사를 세우고,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규제 완화로 가장 큰 혜택을 입는 기업은 SK이다. SK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와 금산분리 규제를 받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 대기업이다. 최태원 회장으로선 SK하이닉스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길이 열린다.
다만 규제 완화의 이면과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나 금산분리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경제 집중을 막기 위한 한국 자본주의의 핵심 규제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지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반도체 분야 이익이 증손회사로 분산되면서 기존 하이닉스 주주의 몫이 줄어들 우려도 있다. 규제 완화가 국민 경제에 큰 ‘리스크’이므로 그 성과를 고루 분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산분리 완화의 이득은 특정 개인이 누리고, 손실과 피해는 국민이 떠안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SK를 비롯한 첨단산업 기업과 최태원 회장 등 기업인들은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5일 열린 ‘AI 기반의 성장과 혁신’ 세미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