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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 축구 국대 ‘정부 비판’ 혐의 체포···월드컵 팀에도 경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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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019년 1월16일(현지시간) 당시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였던 부리아 가푸리(오른쪽)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경기에서 이라크 미드필더 후세인 알리와 몸씨름을 하고 있는 모습.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가푸리는 24일(현지시간) 정부를 비판한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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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유명 축구 선수가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24일(현지시간) 당국에 체포됐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이날 국가대표팀 출신인 부리아 가푸리(35)를 정권을 비판한 혐의로 체포했다.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그가 “이란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반체제 선전을 퍼뜨린 혐의로 구금됐다”고 전했다.

가푸리는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되진 않았지만 과거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란의 간판 수비수다. 그는 선수 생활 내내 이란 정권을 거침없이 비판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가푸리는 여성들의 경기장 입장을 금지하는 정책에 꾸준히 반대해왔다. 지난 2019년 수도 테헤란에서 축구 경기를 관람하려다가 체포된 여성 팬이 분신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그를 기리기 위해 ‘블루 걸(blue girl)’이라 적은 티셔츠를 본인이 속한 에스테글랄FC 팀원들에게 나눠주었다. 2021년 여성 팬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인스타그램에 “우리 어머니와 자매들의 경기장 출입이 금지된 시대에 경기할 때 축구선수로서 굴욕감을 느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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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에스테글랄FC 선수들이 지난 2019년 수도 테헤란에서 경기를 관람하려다가 체포된 후 분신한 여성 팬을 기리기 위해 ‘블루 걸(blue girl)’이라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맨 오른쪽 선수가 부리아 가푸리. | 이란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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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정부의 대외 정책이나 쿠르드족 탄압을 비판하는 글을 계속 올렸던 그는 정부의 눈 밖에 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푸리는 2019년 초에 이란의 대외 정책을 자랑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전 외무장관을 비판한 혐의로 구금된 바 있다. 당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국가의 평화와 안전으로부터 이득을 보고 직업을 보장받고 스포츠를 즐기는 일부 사람들은 그들을 먹여 살리는 손을 물어뜯는다”며 화를 내자 이란 체육부는 가푸리를 소환해 본인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번 가푸리 체포는 현재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반정부 히잡 시위와 관련돼 있기에 앞선 사례들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최근 SNS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의 유족에 애도를 표했지만 해당 글은 곧 삭제됐다. 그러자 그는 정부가 쿠르드족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면서 쿠르드족을 죽이고 있다며 규탄하는 글을 올렸다. 가푸리는 아미니와 마찬가지로 이란 서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 출신이다.

이란 당국의 이번 움직임은 현재 월드컵에 출전 중인 이란 선수들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지난 21일 이란 대표팀은 잉글랜드전에서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침묵하면서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가디언은 “가푸리의 체포는 선수들에게 시위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전했다. 이란은 25일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웨일스와 맞붙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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